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사람들은 프랑스 국민들입니다. 백인 가수 에미넴이 주연 ‘8마일’이라는 영화가 프랑스에서도 개봉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 ‘8 마일’은 영화 속에서 가수 에미넴의 집과 클럽까지의 거리를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디트로이트의 ‘8마일 로드’를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개봉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만든 포스터를 보면 원제 그대로 ‘8 마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판 포스터는 ’12.872km’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일은 미국에서의 거리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km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자존심 강한 프랑스 사람들이 8마일을 12.872km 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의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도 유별납니다. 프랑스의 카페에 들어가서 영어로 주문을 하면 웨이터가 영어를 알아듣고도 프랑스어로 대답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의외로 스타박스입니다. 처음 스타박스가 프랑스에서 자리를 잡은 곳은 파리 시내 한복판의 오페라 하우스였습니다. 카페의 발상지 파리에 미국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등장을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프랑스의 안방에 카우보이가 침입을 했다며 시민들의 분노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스타박스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파리의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스타박스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까지 프랑에만 101개의 스타박스 점포가 문을 열었습니다. 거의 모든 점포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스타박스를 자존심 강한 파리에서까지 성공한 기업으로 만들었을까요? 우선 인테리어를 푸근한 느낌이 들게 만들어서 손님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한 배려가 큰 성공요인입니다. 다른 패스트푸드 경쟁사들dl ‘빨리 빨리 나가주세요’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는 정반대의 개념입니다. 우리가 종종 스타박스에 들려보면 아예 한 자리를 차지하고는 책도 읽고, 학생들이 컴퓨터를 켜놓고 작업을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하루 종일 머물러도 눈치를 주는 일이 전혀 없습니다. 학생들은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를 도서관보다는 오히려 스타박스를 선호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나 혼자, 또는 친구 몇이 호젓한 공간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개념으로 시작한 것이 스타박스입니다. 스타박스의 기업철학은 이른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원래는 웨스트 플로리다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레이 올든버그가 만들어낸 말을 경영에 끌어들여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레이 교수가 쓴 ‘정말 좋은 공간’(The Great Good Place)의 테마가 바로 ‘제3의 공간’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3의 공간’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직장인들에게는 ‘제1의 공간’이 가정입니다. ‘제2의 공간’은 회사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를 풀거나 삶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올든버그 교수는 이것을 ‘제3의 공간’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가 예로 꼽은 ‘제3의 공간’은 커피샵이나 카페, 미장원, 동네 마켙 등입니다. 이런 곳에서 가까운 친구나 이웃을 만나 함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삶의 페이스를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직장과 가정을 벗어나 몇 분만이라도 삶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어야만 사람은 활력이 생기는 법입니다. 그런 개념에 가장 적합했던 것이 바로 스타박스입니다. 스타박스가 뜨게 되는 ‘제3의 공간’도 덩달아 히트상품이 되었습니다. 모처럼 동네 도서관을 간 적이 있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1층에 들어서자 마자 커피와 음료를 파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기 보다는 커피를 마셔가며 푹신에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띄였습니다. 또한 어떤 테이블에서는 친구들 몇 명이 앉아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한 도서관 안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그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도서관이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친구도 만나고 삶의 여유도 누리는 공간이 된 것입니다. 이제는 책방도, 미장원도, 피트니스 센타에도 ‘제3의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제3의 공간’은 어떤 곳일까요? 물론 가정이 가장 우선적인 ‘제1의 공간’입니다. ‘제2의 공간’은 교회일 것입니다. ‘제3의 공간’은 목장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장은 ‘제2의 공간’인 교회에 포함을 시킨다면 우리 나름대로 ‘제3의 영적인 공간’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예수님도 사역을 하시다가 종종 한적한 곳을 찾으셨던 것이 성경에는 많이 나타납니다. 수많은 군중들이 주님을 찾았습니다. 그들에게 하루종일 말씀을 가르치셨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사람들은 갈 생각을 않습니다. 그러자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날 저물 때에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저편으로 건너가자 하시니”(막4:35). 여기서 저편은 갈릴리 호수 반대편을 말하는 것입니다. 호수지만 바다로 불릴 정도입니다. 길이는 약 15마일이며 폭은 6.5마일 정도 됩니다. 당시 사람들이 살던 갈릴리 호수 서쪽에서 동쪽으로 배를 타고 가려면 2시간 정도를 족히 걸립니다. 지금도 갈릴리 동쪽은 마을이 별로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최근에 들어와서 리조트나 호텔들이 들어서 있을 뿐입니다. 당시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한적한 벌판이었습니다. 주님에게 ‘제3의 공간’은 바다 배 안이었습니다. 무리들을 떠나 홀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입니다. 제자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주님에게 또 다른 ‘제3의 공간’은 홀로 기도하시던 산이었습니다. 때로는 제자들마저도 떠나 홀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셨습니다. 밤에도 산을 찾으셨고 새벽 미명에도 산에 올라가기를 즐겨하셨습니다. 고요한 중에 깊은 묵상과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주님에게도 반드시 필요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콜로라도는 천연의 축복을 받은 곳입니다. 깨끗한 공기와 드높은 하늘은 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록키산의 신선함과 웅장한 자태는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그러기에 가족별로 산을 자주 찾습니다. 또한 학생들이나 청년들, 목장들도 최소한 1년에 한 두 번은 공식적인 모임을 산에 올라가서 갖고 있습니다. 산에 올라가면 일단 여유로움이 생깁니다. 분주한 도심을 벗어나 호젓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덴버 교역자회에서도 1년에 한 번은 록키 산에 올라가 수련회를 갖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1년 내 지쳤던 몸과 마음의 쉼을 얻고 영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목협회에서는 몇 년전부터 우리 교회에 이런 쉼과 재충전을 위한 ‘제3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의논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종종 회의를 할 때마다 그런 장소가 나오면 한 번 가보기도 하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습니다. 어떤 곳은 규모가 너무 커서 우리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였습니다. 관리하기에도 벅차고 그런 장소를 활용하는 것도 무리가 따르다고 생각하면 논의를 중단했습니다. 어떤 곳은 너무 작기도 했습니다. 불과 한 두 가정이 머물 수 있는 콘도 같은 것은 관리는 용이해도 그룹들이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중반이후 2018년 교회 창립 50주년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서 희년 준비위원회가 구성이 되었습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에 우리 교회가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 있을까를 기도하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계획 가운데 리트릿 하우스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 막연히 생각하던 것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 20-30명은 들어가서 아무 불편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관리하기가 쉬워야 합니다. 누가 그 산에 올라가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손 보지 않아도 관리가 되는 곳을 찾았습니다. 필요할 때는 최소한 유스그룹 전체는 수련회를 가질만한 곳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가족별 아니면 목장이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내면서 쉼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 교회의 ‘제3의 공간’으로는 좋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리트릿 하우스는 단지 우리 교회에만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덴버에 있는 한인교회들 중 ‘제3의 공간’을 가진 교회가 없습니다. 그 교회와 교우들에게도 필요시에 같이 나눌 수 있게 하자는 것도 중요한 목적 중에 하나입니다. 이웃들과 나눈다는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축복이 아니고는 쉬운 것이 아닙니다. 나눌 수 있는 여유도 있어야 하고 기꺼이 나눌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교회가 바로 그런 축복을 받은 교회라고 믿고 있습니다. 오늘 이 일을 놓고 공동의회를 합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우리 교회의 ‘제3의 공간’이 은혜 가운데 잘 세워지기를 소원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