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허리케인 ‘어마’때문에 지구촌이 들끓었습니다. 더구나 당사자인 미국은 방송매체마다 연일 ‘어마’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이미 카리브해 연안에 상륙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말에는 플로리다에 상륙하는 것으로 예보가 되면서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모든 주민들이 피신을 해야한다고 하면서 이것은 실제상황이라고 얼마나 강조했는지 모릅니다. 2천만의 주민들 가운데 무려 7백만 명이 플로리다 떠나 다른 주로 피신을 했습니다. 그 많은 인구가 한꺼번에 프리웨이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교통체증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주유소마다 개스가 동이났고, 식료품점들은 남아 있는 물건들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역사상 미국에서 피난을 간 중에 이번이 가장 큰 규모였다고 합니다. 전쟁도 이런 전쟁이 없었을 것입니다. 단지 같은 미국이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들에게는 그 급박한 상황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난 주일에 우리 교회에 플로리다에서 오신 두 분이 예배에 출석을 했습니다. 어마를 피해 피신을 온 것입니다. 우리 교회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덴버에 있는 다른 교회들도 몇 명씩 플로리다에서 피신 오신 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피해를 취소화시켜달라고 우리 모두는 지난 주일 간절히 기도를 했습니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어마’의 예상 진로가 마이애미를 직접 통과하지 않고 플로리다 서부 해안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마이애미는 세계적 휴양도시입니다. 건물과 다양한 시설들이 몰려 있는 곳입니다. ‘어마’가 그곳을 직접 지나갔다면 피해가 훨씬 컸을 것입니다. 또한 플로리다 중심부를 통과하지 않고 서부 해안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당초 예상했던 피해 추산액이 ¼로 줄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2,000억 달러 수준에 육박했던 피해 추산액이 진로 변경으로 하루 만에 5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고 방송 매체들이 앞다투어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입은 피해가 적었던 것이 아닙니다. 이번 허리케인 ‘어마’로 인한 사망자가 18명이나 되었습니다. 키웨스트의 피해 지역에 대한 수색이 진행되고 있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최대 790만 가구에 정전 피해가 일어났습니다. 전력 공급을 받지 못하는 주민 수가 무려 1천만명이 넘습니다. 일부 지역에 전력 공급이 재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 정전 지역이 방대해서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허리케인 피해는 ‘어마’로 인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3주전 텍사스 휴스턴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하비’는 미 역사상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50인치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습니다. 며칠 동안 온 비가 한국의 1년 강우량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기상학자들은 ‘하비’를 미 역사상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규정하면서 500년이나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비의 영향으로 미국의 4번째 도시인 휴스턴 전체가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10여명이 죽고 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을 했습니다. 수만 채의 집에 물에 잠겼습니다.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액은 무려 700억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왜 이런 자연 재해들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늘 있어온 자연스런 사건들이 아닙니다. ‘사상 최대’,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 ‘500년, 1,0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일’ 지금까지 역사상 없었던 초유의 일들이 너무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안식월 기간 중 경주에 들린 적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 수학여행을 가면 꼭 가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수학 여행은 경주 불국사를 가거나 아니면 속초의 낙산사가 경포대를 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번에도 경주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불국사를 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그 날 경주 날씨가 너무 더웠다는 것입니다. 그 날 한국에서 최고의 더웠던 곳이 경주였습니다. 무려 섭씨로 39.7였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온도였습니다. 그때 기억으로는 33도가 최고로 더운 날씨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어쩌다가 34도 정도 올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40도에 육박하는 39.7라니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습도도 거의 100%에 육박했습니다. 밖에서는 움직이기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식당에서 경주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요즈음 경주 날씨가 늘 이렇습니까?” 그 분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습니다. “몇 년전부터 경주가 한국에서 최고로 더운 지방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여름이면 살기가 어렵습니다”


 경주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전체가 얼마나 더운지…. 전에 알고 있던 한국이 아니었습니다. 낮의 열기가 밤에까지 남아서 아열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습도도 심해 여름 내내 빨래가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은 그래도 양반입니다. 7월 달에 방문한 중국은 한국보다 더 덥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은 그래도 건물에 들어가면 에어컨디션이 돌아갑니다. 집에서는 최소한 선풍기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선풍기조차도 없는 집이나 건물이 많습니다. 중국 남자들이 여름에 왜 웃통을 다 벗고 다니나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 의문점이 풀렸습니다. 너무 더워서 런닝셔츠조차도 거추장스러운 것입니다. 동네에서 거닐고 있는 남자들의 상당수가 웃통을 다 벗고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구 전체가 전보다 훨씬 더 뜨거워졌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초강력 허리케인은 바로 그런 지구의 온도 상승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허리케인의 에너지원은 따뜻한 바닷물입니다. 온도가 높은 바다에서 수중기가 올라갈 때 공중에서 찬 바람과 부딛치면 그것이 곧 허리케인이 됩니다. 바닷물의 수온이 79도 이상이 되어야만 이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매해 8월이나 9월에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결국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허리케인은 더욱 강해지고 기승을 부리는 것입니다. 올해 멕시코만 텍사스 해변 일대 수면의 온도가 평균보다 2.7에서 7.2가 높았다고 합니다. 예년보다 1도만 높아도 그 세력이 강해지는데 5-6도가 높았다는 것은 거의 유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해수면 온도뿐만 아니라 해저 수온까지 높았습니다. 바람이 불면 100-200미터 해저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는데 해저 수온이 높아 허리케인의 위력을 훨씬 강화시켰다고 합니다. 높은 수면의 온도는 바람의 위력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비까지 육지에 뿌리게 만듭니다. 허리케인이 육지에서 잠잠해 지는 것은 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바다에서 엄청난 양의 수분을 동반한 허리케인은 육지에서도 약해지지 않고 더 기승을 부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굳이 환경단체나 학자들의 이야기를 빌리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달라진 지구의 기후나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습니다. 이상 기후의 징후를 지구의 온난화 또는 온실 효과 탓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알래스카의 빙산이 최근 몇십년 사이에 수 마일이나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새삼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홍수, 폭설, 지진, 화산, 토네이도와 쓰나미등 자연재해 소식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황사니 미세 먼지니 하는 말은 관심조차 없던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지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제가 두 달간 한국과 중국에 나가 있는 동안 저는 두 나라에서 맑은 하늘을 단 하루만 보았습니다. 그것도 며칠동안 장마로 비가 쏟아진 관계로 잠시만 깨끗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하늘은 다시 뿌옇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지구는 지금 화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자연을 잘 가꾸기 보다는 훼손한 것에 대한 화를 내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지구를 잘 경작하고 아름답게 가꾸라고 하셨지, 마음껏 훼손하고 약탈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인간은 좀 더 편하게 살고자 자연을 약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번 미국에 일어난 두 번에 걸친 허리케인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기를 자제하기로 결정하고 본인의 머그컵을 친교실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아주 작은 배려입니다. 그것만이라도 더욱 주의해서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우리교회의 정책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신 분들은 개인의 머그 컵을 준비해서 이름을 쓰신 후 벽에 있는 고리에 걸어두시면 됩니다. 교회에서 필요할 때 사용하시고 다시 씻어서 걸어두시면 됩니다. 일회용 컵도 땅 속에서 용해가 되려면 50년 이상은 걸리기 때문입니다. 일상생활 중에 혹시나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지구를 화나게 하는 일은 없나를 살펴보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