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필라델피아에서 있었던 GP(Global Partners)선교회 이사회에 참가를 했습니다. 제가 이사로 섬기는 GP선교회는 한국에서 50년 전에 만들어진 ‘Kim’이라는 선교회와 ‘PWM’ 선교회가 합쳐지면서 GP라는 이름으로 20년 전에 새로이 출범한 한국의 자생적 선교회입니다. 한국 교회가 부흥하면서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것이 바로 해외 선교였습니다. 선교를 받았던 한국교회가 이제는 선교하는 교회로 자리매김을 시작한 선교회가 바로 GP선교회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 377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 한국 교회 선교회로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그 중 2/3가 미국 한인교회의 파송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국교회가 시작했지만 지금은 미주 파송이 훨씬 더 많은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후원하는 선교사 중에 중화 목장의 이다윗 선교사님 그리고 이바 목장의 원인규 선교사님이 GP파송 선교사님이십니다. 또한 얼마 전까지 애나하임 목장(지금은 감비아 목장)에서 후원했던 백운영 선교사님이 혜를 30여년 간 섬긴 베테랑 선교사님이십니다. 백선교사님은 우리 교회에서 2-3차례 방문해서 선교보고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GP 선교회 국제대표까지 하셨던 백 선교사님은 지난 해 파송교회이며 모교회였던 필라델피아의 영생장로교회에서 담임목사를 청빙을 받아 선교사에서 목회자로 자리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이사회 호스팅을 한 교회가 바로 백 선교사님이 담임목회를 하고 계시는 교회였습니다.
선교지를 방문하거나 선교회 이사회를 참가할 때면 늘 도전과 감동을 받습니다. 선교는 언제나 역동감이 있고 생명의 역사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미국 국내 대표를 맡고 있는 선교사님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지난 2개월 간 GP 선교회 소속 선교사님 중 가장 오지에 들어가서 사역을 하고 계시는 몇몇 분들을 찾아가서 위로하고 사역 현장을 돌아본 것에 대한 보고였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에 남고 감동이 되었던 선교지가 바로 네팔이었습니다. 네팔의 수도인 카투만두에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미국에서 출발해서 꼬박 이틀이 걸려 도착을 했다고 합니다. 카투만두에서 다시 불과 10여명 타는 소형 비행기로 3시간 걸려 지방의 작은 도시에 도착을 했습니다. 다시 그곳에서 차를 타고 6시간 걸려 산골 오지로 가게 된 것입니다. 직선 거리로 불과 50마일밖에 되지 않는 곳이지만 길이 하도 험해서 6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입니다. 수도물도 없고 문명의 혜택이라고는 찾을 길이 없는 오지 중에 오지 였다고 합니다. 보고를 하신 선교사님은 지금까지 30년간 선교사역을 하시고 현재는 미국 LA에서 본부사역을 하십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참 많은 선교지를 가보 았지만 네팔과 같은 그런 오지는 처음었다고 혀를 내두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오지에 들어가서 15년 째 사역을 하고 계시는 선교사님이 계십니다. 마을 사람들은 상대로 복음을 전하고 제자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 그룹에 약 10여명씩 5그룹을 만들어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니 정말이 전기불이 없었습니다. 조그만 호롱불을 밝혀 놓고 진지하게 성경공부를 하는 모습이 감동스러웠습니다. 네팔에서는 젊은이들이 한국에 나가 돈 벌어 오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나 한국에 갈 수가 없습니다. 한국어 시험에 통과를 해야 비자가 나온다고 합니다.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그래도 한국어 공부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오지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선교사님은 바로 이런 필요를 사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제자훈련 가운데 한국어 교육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꿈을 가진 젊은이들이 너도 나도 이 선교사님에게 찾아오게 된 것입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동안 철저하게 말씀으로 제자훈련을 시킵니다. 새로운 인생관을 갖게 됩니다. 돈만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칩니다. 동시에 한국에 나가더라도 철저하게 사후 관리를 합니다. 한국에 있는 교회와 연결을 시켜주어서 지속적으로 믿음 생활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네팔의 오지 마을에서 이 선교사님은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마을의 은인이 된 것입니다. 지난 15년 이래 마을 거의 전체가 복음화되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오지, 한 번 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곳에 오직 복음을 들고 들어간 선교사님의 열정과 헌신이 이사회 회의를 하는 내내 제 눈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보다 가치 있게 살아가는 것이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 보았던 지난 한 주간이었습니다.
목요일 밤에 덴버로 돌아와서 금요일 새벽 교회에 나왔습니다. 달력을 보니 12월 1일이었습니다. 무심코 제 사무실에 걸려 있는 달력을 넘기자 더 이상 달력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2017년도의 마지막 달력이었던 것입니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늘 매년 넘기던 달력이었지만 그 날은 유난히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2박 3일간의 선교 이사회를 통해서 느꼈던 감동때문이었던 같았습니다. 우리 인생도 이 마지막 달력처럼 언젠가 마지막 스테이지가 올텐데…. 마냥 여유있고, 마냥 기회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회기에 이사로 들어오신 한 집사님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로 제 옆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 분과 비교적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나와 일찍이 유학길에 오른 분이었습니다. 지금 연세가 65세이니 미국에 오신 지 40여년 되었다고 합니다. 병리학을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국립암센터에서 30여년을 근무했다고 합니다. 늘 마음 속에는 주님을 위해 남아있는 인생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10여년 전 국립암센터를 퇴직하고 제약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회사는 잘 성장해 갔습니다. 몇 년 전에는 나스닥에까지 상장하는 큰 회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달란트를 더 늦게 전에 사용해야 하는데라는 음성을 계속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그 분은 결국 회사의 모든 직책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선교회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6개월간 GP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많은 지역들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가를 찾게 되었습니다. 결국 두드리는 자에게 문을 열리는 법입니다. 선교사들의 재정상태가 늘 불안한 것이 공통점임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선교 사역이 회교권 국가, 공산국가, 불교권 국가에서는 별로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찾아냈습니다. 이런 현실 선교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없는가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BAM’(Business As Mission)이라는 사역을 창안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선교 단체에서 계획하고 있는 사역이지만 아직 자리를 잡고 있는 사역은 아닙니다. 선교 현지에서 효과적인 비지니스를 통해서 재정도 안정을 이루고 현지 선교에 성과를 거두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선교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모슬렘국가나 공산권 국가에서는 아주 효과적인 선교 방안이었던 것입니다. 이 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선교 이사회에서 그 보고를 하면서 본인이 이 사역에 남아 있는 생애를 헌신하겠다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 분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는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남은 달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텐데 그 달력을 넘기기 전에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해인 시인의 ‘12월의 엽서’라는 시가 있습니다. “또 한 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미국 남동부에 살던 인디언 크리크족은 12월을 ‘침묵하는 달’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말을 아끼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번 한 달은 조용히 내가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보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생을 설계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