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수퍼볼이 끝난 지가 2주가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승을 거머쥔 필라델피아에서는 그 열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수들을 환영하는 퍼레이드에는 70만의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미 전국에서 1억명 이상이 그 경기를 지켜봤을 정도로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수퍼볼이 미국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질 줄 알았던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있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꺽고 사상 최초로 우승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그 날 경기를 모두 시청한 후 막내가 학교로 가기 위해 차고를 열고 나갔을 때였습니다. 동네 이곳 저곳에서 축포가 터졌습니다.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 이글스의 우승을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사람들 거의 전부가 이글스 팬이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만큼은 이글스를 응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약자 편이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경기가 있기 전부터 대부분의 도박사들은 뉴잉글랜드의 우승을 점쳤습니다. 그 팀에는 탐 브레디라는 불세출의 쿼터백이 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필라델피아 팀은 누가 보아도 위축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해 12월 거의 시즌 경기가 마무리 될 즈음에 주전 쿼터백인 카슨 웬츠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입니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던 카슨이 더 이상 경기에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은 수퍼볼 경기에서 탐 브레디에게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들 역시 전체적인 전력에서 뉴잉글랜드가 앞선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뉴잉글랜드는 수퍼볼에서 5번이나 우승을 한 팀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두 번이나 우승컵을 거머쥘 정도로 그 전력은 막강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경기를 리드하는 건 오히려 필라델피아 팀이었습니다. 마지막 4쿼터에 잠깐 역전을 당하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앞서갔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에서도 뉴잉글랜드를 능가했습니다. 결국 41대 33으로 역대 최강팀인 뉴잉글랜드를 물리치고 수퍼볼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우승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을 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 영예를 안은 선수는 다름 아닌 필라델피아의 후보 쿼터백 닉 폴스였습니다. 지난 시즌 16경기에서 그가 뛸 수 있었던 경기는 단 두 경기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주전 쿼터백을 쉬게 해주기 위해 그를 기용한 것이지 그에게 막중한 책임을 맡긴 것도 아니었습니다. 더욱 그를 빛나게 했던 것은 NFL에 들어와 선수로 뛰기 시작한 지난 6년 동안 그가 겪었던 수모와 좌절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2012년 처음으로 필라델피아 팀에 영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른 팀에 트레이드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다른 팀에 갔지만 그곳에서도 그는 경기장에 나서서 뛸 수 있는 기회조차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닉 폴스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더 이상 선수로 뛸 수 있는 실력도 기회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유니폼을 입었던 필라델피아에서 후보 쿼터백으로 재영입을 했습니다. 주전 선수였던 카슨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 경기들을 앞두고 주전 카슨이 부상을 입게 된 것입니다. 시즌 경기에 제대로 치러보지 못한 그가 세상의 온갖 눈이 지켜보고 있는 포스트 시즌의 전 경기를 진두진휘하는 쿼터백으로 이렇게 드라마틱한 반전을 선사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닉은 매순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던 닉은 최고의 영예를 얻는 MVP가 되었습니다. 후보의 멋진 반란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주전도 아닌 후보 선수가 팀을 우승으로 이끈 최고의 선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늘 잘하던 사람이 잘하는 것은 그렇게 감동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지기만 하던 사람이 최고의 승리를 거머쥐는 것을 볼 때 짜릿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세상은 늘 잘하는 사람들에게만 그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름 없는 후보에게도 최고의 영예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모든 관심은 혜성처럼 등장한 닉 폴스에게 쏠렸습니다. 그는 얼마든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며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을 향해 잘난 체를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 동안의 참을 수 없는 설우이 폭팔해 오열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차분하게 이렇게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동안 수 없이 반복된 실패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그리고 오늘의 승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는 또한 수퍼볼 우승의 공을 팀 전체로 돌렸습니다. 자신도 수퍼맨도 아니고 완벽한 사람도 아니기에 매일 수많은 실수를 반복하며 그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인내의 시간들을 거쳐왔으면 저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게 만든 그의 인터뷰였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닉 폴스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과 신문지상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더욱 관심을 끌고 감동을 주었던 것은 필라델피아 이글스 감독인 더그 페더슨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이 역사적인 승리의 순간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우승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과 예수님께 온전한 영광을 드립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더그 페터슨 감독은 독실한 크리스챤입니다. 그는 몇 명의 선수들과 시즌 내내 그 바쁜 와중에도 성경공부를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성경공부 그룹의 가장 신실한 참가자가 바로 이번에 혜성처럼 등장한 닉 폴스였습니다. 닉 폴스를 곁에서 지켜본 탬파베이의 토니 감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닉 폴스가 경기가 있기 한 주 전 내게 와서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이끄셨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결승 경기가 있기 사흘 전 한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은퇴한 후 목사가 될 것입니다. 지난 해부터 신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 그런 청년들을 돕는 목사가 되어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닉 폴스가 이름 없는 후보에서 수퍼볼 최고의 선수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수모와 고통의 시간들을 단순히 오기로 참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가슴 속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셨던 것입니다. 그는 힘들때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바라본 것입니다.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너희가 피곤하여 낙심하지 않기 위하여 죄인들이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히12:2-3). 육체적으로 너무 지치고 피곤할 때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눈총때문에, 수모와 무시때문에 마음이 주저앉을 때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그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님이 지신 십자가를 생각하면 일어설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고통을 참으신 주님은 지금은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아 계십니다.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십자가가 가장 영광스런 하늘 보좌로 바뀐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에서 후보로 살아간다고 해도 주님의 십자가만 생각한다면 반드시 주전이 될 수 있습니다.

성경은 늘 벤치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는 후보가 주전이 되어 영광스런 승리의 주역이 된 경우들을 얼마나 감동스럽고 장엄하게 보여주는 지 모릅니다. 야곱은 주전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비록 쌍둥이로 몇 분 먼저 태어났지만 형인 에서가 있었습니다. 에서는 당대에 가장 인기 높은 사람이었습니다. 남자로써 최고의 사냥꾼이 바로 가장 큰 인기와 영예를 얻을 수 있는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남자는 들에서 산에서 그 용맹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야곱은 늘 어머니 곁에만 머물러 있는 유약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 이삭 역시 에서가 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에게 장자권을 물려주고 모든 축복을 해주려고 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늘 후보였던 야곱이 역사의 주인공이 됩니다. 내가 처한 상황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가슴 속에 누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에서의 가슴 속에는 그저 인간적인 축복만이 있었습니다. 큰 사람 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야곱의 가슴 속에는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늘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사모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야단 맞고 형에게 쫓겼습니다. 외삼촌 라반에게도 10번이 넘는 속임을 당했습니다. 형 에서는 야곱을 죽이겠다는 앙심을 늘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가슴에 품은 야곱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가슴에 있는 사람은 비록 후보의 자리에 있다 해도 반드시 작 인생의 주전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