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들과 사모들 20명이 78일간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한 지역에 있는 목회자들이 이렇게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덴버에 교회가 많은 것도 목회자들의 환경과 여건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덴버의 교역자 협의회에 가입되어 있는 교회가 33교회입니다. 그 중 10여개 교회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성지순례를 간다는 것은 성사되기 어려운 일입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목회자들과 사모들은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목회자들 성지순례 일정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20173월 덴버에서 전교인들을 대상으로 이스라엘 요르단 성지순례가 처음으로 실시가 되었습니다. 2009년부터 저는 성지순례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CRC 목회자들과 다녀온 성지순례의 감동을 잊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칼럼의 횟수가 늘어가기 시작하면서 무려 8년에 걸쳐 성지순례 칼럼은 ‘빛과 소금’지에 고정란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칼럼을 기대하고 신문 나오기를 기다리는 덴버의 성도들이 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 칼럼은 개신교인들 뿐만 아니라 카톨릭 교인과 안식교 교인들까지도 즐겨 읽는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감사를 표시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신문사에도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와 함께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덴버에서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신문사의 발행인이 저에게 그 문제를 의논해 왔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난 해 제1차 성지 순례였습니다. 1011일의 성지순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분들에게 큰 은혜와 감동이 넘쳐났습니다. 신문 전면에 이분들이 보낸 간증들이 보도가 되면서 가장 관심을 보인 분들이 목회자들이었습니다. 교인들은 성지에서 큰 은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성지순례가 꼭 필요한 목회자들에게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몇분의 목회자들이 저에게 개인적으로 문의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금번의 목회자들 성지순례 프로그램인 것입니다. 목회자들에게는 좀 더 상세한 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인원도 20명으로 제한을 했습니다. 광고가 나가면서 1-2주도 되지 않아 목회자들의 정원이 채워져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한 성지순례

평생 성경을 가지고 설교를 하고 성경공부를 가르치는 사람이 바로 목회자들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특정한 시대와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바탕에서 주어진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서 기록된 말씀은 몇 군데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성경 66권의 말씀은 모두 배경이 되는 시간과 장소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시대를 연구하고 그 때의 모습을 보지 않고는 현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의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2-4천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의 그때 그대로의 모습을 갖고 있는 성지들도 많습니다. 또한 고고학의 발달로 그때의 상황을 재현해 놓기도 했습니다. 성경을 가르치는 목회자들에게 성지를 직접 가서 본다는 것은 그 어떤 여행보다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록된 자료들만 가지고 성경을 가르치기 보다는 주님이 직접 무리들에게 산상수훈을 가르치셨던 팔복산에 서 보는 것이 감동과 감격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법입니다. 주님이 거니셨던 갈릴리 바다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주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850명의 바알, 아세라 선지자들과 혼자의 몸으로 역사적 대결을 벌였던 갈멜산에 느끼는 감동은 책에서만 보는 것과 분명 다를 것입니다. 저는 지난 번 성지순례를 다녀왔던 교인들에게 이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교회들이 목회자들에게 성지순례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만 있다면 그것은 목회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것만 목회자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교회 전체에 유익하다는 것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성지순례를 한 목회자들 중 여러 분들이 교회에서 후원을 받아 오기도 했습니다.


목회자들의 연합과 하나됨

덴버의 한인사회는 사실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닙니다. 더욱이 그 중 교회와 교인들의 분포도는 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목회자들의 모임도 가장 많이 모일 때가 30여명이며 일반적으로는 20여명이 모이고 있습니다. 교회 수가 적고 교인들도 대부분 서로를 알기 때문에 소문이 빠릅니다. 대부분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들이 더 빠르게 전파되기도 합니다. 알게 모르게 교회는 또한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성도들의 교회 간의 이동도 많은 편입니다. 교회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섬기는 교회가 다를지라도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험한 세상에서 복음으로 승리하는 교회들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나 교인들 간의 나쁜 소문보다는 좋은 소문이 퍼져야 합니다. 그것이 곧 복음전도이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에 처음에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남아 있는 그 당시의 문서들을 보면 그리스도인들을 이렇게 표현해 놓았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보라 저들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가?”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보인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요즈음 그리스도인들은 서로 싸우는 사람들로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복음 전도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 하나가 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만나야 합니다. 서로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저는 이번 목회자들 성지순례가 바로 이런 하나됨의 기초석이 마련된 것 같아 감사하고 있습니다. 78일을 하루 종일 내내 같이 지냈습니다. 같은 곳에서 자고 먹고 연일 옆에서 같이 다니면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시편 133편에 있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이 바로 성지순례를 가던 구약시대 백성들이 성전에 가면서 불렀던 노래입니다. 이곳 저곳에서 모여든 성도들이 하나가 되어 성전을 향해 가는 발걸음들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인 것입니다. 저는 이번 목회자들의 성지순례가 바로 시편 133편의 말씀의 축복을 받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연합하고 하나가 되어 주어진 사명을 각 교회에서 감당할 때 하나님이 덴버에 주신 축복이 넘쳐날 것입니다.


목회자들의 아름다운 동행과 추억

이번에 참가했던 어떤 목회자 부부는 미국에 이민 온 지 37년째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37년 동안 한 번도 미국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 조차도 가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부부가 해외를 나가고 그것도 성지순례를 간다는 것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고 여러 번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또 다른 목회자 부부는 25년 만에 처음 부부가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서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사실 요즈음의 목회 현실이 그렇게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교회를 개척해서 계속 어려움을 겪다보면 그런 여유가 나지 않습니다. 교회에 부임을 했지만 교회 형편이 녹록하지 않아도 목회자가 해외에 나가거나 성지순례를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목회자들은 이런 저런 각기 다른 이유와 소명으로 이곳 덴버에 와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 20, 30년을 목회하는 사람도 있고 이제 5-6년 남짓 목회를 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이곳에 은퇴까지 목회를 하는 분도 있고, 혹시 중간에 떠날 수 있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덴버에서의 목회가 힘들었다고 하는 목회자들의 이야기도 많이 들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번 목회자들의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간절한 소원이 있었습니다. 목회자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좋은 추억이 있으면 그곳을 아름답게 기억하기 마련입니다. 힘들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는 것이 좋은 기억, 좋은 추억입니다. 은퇴를 하고 덴버에 머물면서도,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도 덴버에서 목회할 때가 참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로 성지순례가 떠올려진다면 그것이 제가 작게나마 덴버에서 목회자들을 섬길 수 있는 기쁨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성지순례 여행을 끝내면서 목회자들, 사모들이 서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목회자들의 참 아름다운 동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덴버의 목회자들이 성지순례를 하도록 후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교우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