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디아 안디옥에서 커다란 복음의 역사를 일으키자 유대인들이 그 도시의 유력한 권력자들을 동원해서 바울과 바나바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결국 마을에서 쫓겨난 바울 일행이 간 곳은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약 60마일 떨어진 이고니온이었다. 이고니온은 바울이 3차례의 선교여행을 할 때마다 들려서 복음을 전했던 도시이다. 성경지명인 이고니온은 지금의 ‘꼰야’라는 도시로서 터어키에서는 다섯번째 안에 드는 대도시이다. 바울과 바나바는 이고니온에 도착하자 마자 회당으로 들어갔다. 바울의 전도 방법은 새로운 도시에 갈 때마다 유대인들이 모이는 회당을 찾아가서 말씀을 전하는 것이었다. 구약 성경의 배경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복음의 핵심인 예수님이 바로 구약 성경의 본질이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곳이 바로 회당이다. 더구나 회당은 사람들이 늘 많이 모이는 곳이며 그곳에서는 낯선 사람이라 할지라도 ‘랍비’ 즉 율법의 선생들에게는 말씀을 전할 자격을 늘 주었기 때문이다. 회당에서 일단 말씀을 전하고 나면 도시 전체에 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회당에 늘 참여하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회당에 말씀을 들으러 온다. 그때부터는 이방인 전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많은 이방인들이 예수를 믿기 시작한 것도 바로 회당에 와서 바울을 설교를 듣고 회심을 했기 때문이다. 이고니온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울이 이고니온 회당에서 말씀을 전하자 유대와 헬라의 허다한 무리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를 믿었다고 성경은 증거하고 있다(행14:1). 바울은 이고니온에 오래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얼마동안의 기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도가 오래 있어”(행14:3)라는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만큼 복음이 편만하게 퍼져나간 곳이 바로 이고니온인 것이다.

종교의 아이콘
  이고니온은 지정학적으로 시리아에서 고대 그리스도 도시인 에베소와 로마로 가는 대로가 있는 관문이다. 대상들이나 여행객들도 많이 방문했던 도시로서 고대에도 번성한 지역이었다. 비시디아 산맥에서 흘러내린 강물이 이고니온 평야에 충분한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밀을 재배하고 있다. 이고니온에서 생산되는 밀로 터어키 전체 국민의 양식을 삼고도 남을 정도라고 한다. 지정학적 위치로도 관문역할을 할 뿐 아니라 곡창지대로서 풍요로움이 넘쳐났던 지역이다. 또한 이고니온은 종교성이 타 지역에 비해 아주 높았다. 이 도시에 이고니온이라는 이름이 붙여진데는 하나의 전설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 신이 흙으로 이고니온 사람을 빚고 생명을 불어 넣었다고 한다. 이고니온이라는 말 자체는 ‘형상, 초상’이라는 뜻이다. 결국 이고니온 사람들은 ‘신의 형상, 신의 초상’인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가 컴퓨터에서 늘 사용하는 ‘아이콘’(icon)이라는 말이 있다. 컴퓨터의 초기 바탕화면에 나오는 그림기호를 말한다. 그 기호를 클릭하면 해당 프로그램이 바로 실행하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카톡에도 ‘이모티콘’(emoticon)이라는 것이 있다. 카톡내용이 좋은 소식이면 한바탕 웃는 얼굴, 슬픈 내용이면 눈물을 흘리는 그림기호를 클릭해서 보낸다. 대화를 직접 써서 보내기보다 감정표현을 그림을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이모티콘’은 감정과 아이콘을 결합시킨 말이다. 바로 이 ‘아이콘’이라는 말이 이고니온이라는 단어에서 온 것이다. 바울과 바나바가 회당에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자마자 많은 유대인들과 헬라인들이 예수를 믿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종교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복음의 열매가 매일 생기자 그들은 오래 기간을 머물면서 말씀을 증거했던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리 복음을 전해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교회에 가자는 한 마디에 따라 나서는 사람도 있다. 말씀을 쉽게 받아들이고 믿을 수 있다는 것은 그 마음 안에 하나님이 주신 종교성이 넘치기 때문이다.

이슬람 메블라나 종파의 본산지
  이고니온이 종교성이 많다는 것은 이슬람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터키의 이슬람 메블라나 종파의 본산지가 바로 이고니온이다. 메블라나는 이슬람 종파 중 ‘수피즘’의 한 종류로써  율법에 얽매이지 않을 뿐 아니라 테러도 배격하는 종파이다. 종교적 행위가 명상이나 춤, 음악, 시의 형태로 나타내기 때문에 서구인들이 이슬람을 접할 때 쉽게 빠져드는 신비주의적 종파이다. 터키 사람들은 메카를 성지순례할 때 이 이고니온도 반드시 들리는 성지순례 코스이기도 하다. 기독교가 융성했던 비잔틴 시대가 끝나고 이슬람이 터어키 지역 전체를 차지하면서 이고니온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11세기 셀주크 투르크인들이 이고니온을 수도로 삼아 셀주크 제국을 세우게 된다. 이고니온은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전세계에서 예술가와 건축가, 이슬람 학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13세기 메블라나 신비주의 종파를 만든 ‘루미’역시 이고니온 전성기 때의 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현재 이고니온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유적들은 셀주크 제국과 메블라나 신비주의 이슬람 종파와 관련된 것들이다. 아무리 종교성이 강해도 누가 우리 영혼의 주인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고니온에 다시 한 번 복음의 바람이 강하게 불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신약 외경 ‘테클라 행전’의 역사적 현장
  개신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 외경 중에 ‘테클라 행전’이라는 것이 있다. 카톨릭과 정교회에서는 이 외경을 사용하고 있다. 이 테클라 행전에 보면 이고니온에서 복음이 얼마나 널리 퍼졌었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동시에 사도들과 초기 성도들에 대한 핍박도 얼마나 심했는지도 기록되어 있다. 특히 바울의 설교를 듣고 개종한 사람 가운데 ‘테클라’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로마의 재판관 앞에 끌려나와 심한 매질을 당한다. 그리고 다른 성도들과 함께 화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그 순간 하나님이 큰 비를 내리셔서 화형에서 구출되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게 되었다. 테클라는 그 자리를 빠져나와 남장을 한 채 바울을 도와 선교의 동역자로 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또 다시 잡히게 되고 맹수에게 던져졌지만 이번에도 주님의 은혜로 다시 살게 되었다고 ‘테클라 행전’은 기록하고 있다. 그 중에 특이한 사항 하나가 그 외경에 기록된 것이 있다. 바로 바울의 당시 모습을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한 것이다. “그는 조그마한 체구에 머리는 벗겨지고 구부러진 넓적다리에 아래는 늘씬한 다리를 하고 음푹 들어간 눈과 메부리코를 하고 있었으나 그의 몸은 은혜로 충만하여 있었고 때로는 남자다운 강인함과 어떤 때는 천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터어키 그리스 성지순례를 가면 종종 보는 바울의 동상이나 초상화는 바로 이 외경에 기록된 것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고니온에 있는 두 개의 성지
  이고니온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바울 기념교회가 있다. 1910년 프랑스 군대를 위해서 지어진 교회이다. 현재 이고니온은 기독교 선교가 금지된 곳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기독교 신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단지 세계에서 오는 성지 순례객들이 이곳에 들려 예배를 드리기도 한다. 현재의 이고니온 기독교 모습은 이렇게 초라한 것 같지만 도시 중심지에서 한 시간 쯤 떨어진 곳에 ‘바울 사도의 굴’로 불리는 바위 위 수도원이 있다. 또한 그 수도원 너머에는 바위를 파서 만든 오래된 모자이크 교회들이 있다. 비잔틴 시대의 유물들이다. 그 시대에는 교회가 얼마나 활동이 컸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고니온에 있는 또 하나의 기독교 유적지로는 ‘헬레나 기념교회’가 있다. 헬레나 교회는 콘스탄틴대제의 어머니인 헬라나의 이고니온 방문을 기념하여 세운 교회로서 바울이 돌에 맞은 자리 위에 세웠다고 한다. 헬레나는 성지순례를 가기 위해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던 중 잠깐 이 이고니온에 머물게 된다. 그때 꿈 속에서 예수님을 만난다. 헬레나는 아들을 위해 예수님께 간곡히 기도를 한다. 아들인 콘스탄틴 대제가 큰 전쟁을 앞둔 상황이었는데 어머니인 헬레나는 아들에게 이번 전쟁을 위해 기도할테니 전쟁에서 승리하면 예수님을 믿을 것을 약속 받았기 때문이다. 어머니 기도대로 콘스탄틴 대제는 전쟁에서 큰 승리를 하였고 어머니와 약속한 대로 예수님을 믿고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 헬레나를 기념하기 위해 이 이고니온에 ‘헬레나 기념교회’를 세운 것이다. 지금도 터키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교회가 바로 이곳 이고니온에 있는 교회인 것이다. 이 교회는 AD 327년에 세워졌다.  이고니온 기독교의 깊은 뿌리가 있는 곳이다. 바울이 세 번씩이나 들러 복음을 전했고 많은 영혼들을 구원한 곳이다. 비록 지금은 이슬람의 본산이기에 잠시 움추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복음의 불길이 다시 일어날 곳이다. 순교자의 피가 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