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니온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머물면서 복음을 전한 바울 일행은 그곳에서 남서쪽으로 약 20마일 떨어진 루스드라로 떠난다. 사실 루스드라는 바울을 선교 일정중 기억에 남을 만한 큰 사건이 있었던 곳이지만 선교 유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는 곳이다. 지금은 교통도 좋지 않아서 거의 성지 순례 일정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대중 교통은 전무하며 큰 버스들은 마을을 잘 통과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우리 목회자들은 그래도 루스드라를 보고 싶어서 일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비록 바울의 선교 유적은 볼 수 없었지만 그곳에서 복음을 전하던 바울의 생생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은혜는 아주 컸던 기억이 있다. 듣던 대로 마을로 들어간 버스는 너무 좁은 골목이라 회전을 하는 데 아주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바울의 1차 선교 여행 당시 나면서부터 앉은뱅이였던 자가 일어나는 역사와 바울이 돌에 맞아 죽은 줄 알고 성밖에 내다 버렸던 일 등 굵직한 선교의 역사 현장이 바로 루스드라인 것이다.

흙속에 묻혀있는 루스드라

루스드라의 현재 지명은 하툰사라이이다. 지도 상에는 하툰사라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리스트라(Lystra), 즉 루스드라라고 적어 놓았다. 현재의 루스드라는 불과 몇 십 가구도 살지 않는 듯한 작은 마을이다. 대중 교통편이 전무하다는 것이 납득이 된다. 하지만 고대사회에서는 큰 도시로 역사에 기록이 되어 있다. BC 3천년 전의 지층들이 발견되고 있다. 헬라와 로마시대에는 전원적인 거주지로 각광을 받았던 곳이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이곳에 살고 있는 로마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 주둔시키기도 했다. 이때 이 지역에 화폐가 사용되기도 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비시디아 안디옥 지역에 도로를 개설했다. 그 도로가 이고니온에 연결되고 이어서 루스드라와 더베까지 확장되었다. 바울은 이 도로를 통해 비시디아 안디옥, 이고니온 그리고 루스드라와 더베까지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다. 지금보다는 바울 때가 훨씬 더 번성했던 도시였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루스드라의 유적지는 1820년에 발굴되었는데 하툰사라이 마을 약간 북쪽으로 떨어진 구릉지대로 알려져 있다. 이 구릉지대는 BC 3천년까지 그 연대를 측정할 수 있는 지층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바울 시대의 유적들이 사실은 아직도 구릉지대의 흙속에 묻혀있는 것이다. 터어키가 회교 국가가 아니라면 벌써 그 흙을 다 파서 복음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만 품은 채 멀리서 그곳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구원받을 만한 믿음을 가진 앉은뱅이

루스드라에는 나면서부터 발을 전혀 쓰지 못하는 앉은뱅이가 한 사람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기에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늘 마을 광장에 나가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성전 미문에 앉아 구걸을 하던 사람과 같은 처지이었을지도 모른다. 루스드라에는 당시 유대인의 회당이 없었다. 유대인들이 비시디아 안디옥과 이고니온에는 많이 살고 있었지만 루스드라에는 거의 살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유대인들은 10여명만 모여도 반드시 그곳에 회당을 세웠다. 어떤 도시를 방문하든 가장 먼저 유대인의 회당을 찾아서 복음을 전했지만 루스드라에서는 마을 광장에서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다. 그곳에 앉아있던 앉은뱅이는 바울이 전하는 말씀을 아주 주목하여 듣고 있었다. 그 태도가 너무 진중했다. 구원을 받을 만한 믿음을 바울은 그의 얼굴에서 보게 된 것이다. 바울은 갑자기 큰 소리로 그에게 외쳤다. “네 발로 바로 일어서라” 그 말을 듣자 마자 앉은뱅이는 일어나 걷는 기적이 일어났다. 온 마을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평생 볼 수 없었던 놀라운 기적이 자기들 눈 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구원 얻을만한 믿음은 병도 치유받는 역사를 만들어 내는 법이다.

쓰스와 허메

바울이 앉은뱅이를 일으키자 마을 사람들은 신들이 사람의 형상으로 마을로 내려온 줄 알았다. 그래서 바나바를 쓰스(제우스)라고 불렀다. 쓰스는 그리스 모든 신들의 우두머리 신을 가리키는 것이다. 바나바가 바울보다 더 나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바울은 허메(헤르메스)라고 불렀다. 허메는 쓰스의 아들이다. 허메는 동시에 웅변의 신이요 신들의 메신저였다. 바울이 젊고 말씀을 전하는 것을 보고는 그렇게 부른 것이다. 쓰스 신의 제사장들이 급하게 황소와 화관을 준비했다. 바나바와 바울에게 제사를 하려고 한 것이다. 루스드라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오래 전에 쓰스와 허메 신이 마을에 강림을 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 신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냉대하고 배척하기에 이른다. 이에 진노한 두 신은 루스드라를 멸망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이 때 농부인 빌레몬과 그의 아내 바우시스만이 두 신을 정성을 다해 접대했다. 결국 루스드라가 멸망할 때 그들만 살아남게 된 것이다. 그들 부부는 죽은 후에 커다란 두 그루의 나무가 되어 루스드라를 끝까지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옆 동네인 이고니온보다 못사는 이유는 바로 강림한 신들을 제대로 영접하지 않은 잘못때문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던 차에 바울과 바나바가 그 마을에 왔고, 오자 마자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기적을 베풀었다. 그들이 냉대했던 쓰스와 허메가 다시 강림한 것으로 믿게 된 것이다. 그러니 루스드라에서 바울과 바나바가 얼마나 큰 대접을 받을 수 있었겠는가? 얼마든지 신 행세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복음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복음을 받아들인 자는 섬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울의 선교 열정

  바울이 루스드라에서 한참 복음을 증거하고 있는 사이에 비시디아 안디옥과 이고니온에 많은 유대인들이 루스드라로 몰려오게 되었다. 그들은 바울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렸다. 복음 증거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그들의 꾀임에 넘어간 루스드라 사람들은 바울을 돌로 쳐서 죽이려고 했다. 그들은 돌에 맞은 바울이 죽은 줄로 알고 성밖에 내다 버리기에 이른다. 하지만 바울은 일어났다.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난 것이다. 그렇다고 상처도 없고 아프지도 않은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피가 나고 상처투성이였다. 그런데 일어나자마자 바울은 다시 루스드라 성으로 다시 들어갔다. 쳐다보기도 싫은 곳일 것이다. 그 성 사람들에게 정이 다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다시 그 성으로 들어간다. 왜 바울이 그곳에 들어갔겠는가? 두고 온 것이 많아서가 아니다. 사명 때문이다. 하나님이 하라고 맡겨주신 복음을 전하는 열정 때문이다.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다. 루스드라 사람들이 그에게 어떻게 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돌에 맞았다고 그 사명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편할 때 하고 힘들면 안 하는 것은 사명이 아닙니다. 사명은 끊임없는 부담입니다. 열정이 없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이룰 수가 없다. 루스드라에는 복음을 위해 목숨을 건 바울의 열정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동굴 교회

루스드라 동네에서 불과 1-2마일 떨어진 곳에 암석으로 둘러쌓여 있는 지역이 있다. 그곳에서 초대교회의 흔적이 나타나 있는 동굴 교회 두 개가 발굴이 되었다. 마치 카파도기아에 있는 교회들처럼 암석을 파서 만든 교회들이다. 10여명 정도 모여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작은 규모이기는 해도 교회의 모습을 띠고 있어서 반갑기 그지 없었다. 그 중 제일 반가운 것은 한 개의 바위를 십자가 형태로 파서 만든 교회였다. 내부뿐 아니라 외부도 십자가 형태로 깍아서 아름답게 지었다. 초대교회 때의 어려웠던 신앙 생활의 모습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련해 지는 장소이다. 바울이 복음을 전하고 난 뒤 루스드라는 뜨거운 신앙을 가진 마을도 변해갔던 것 같다. 바울이 2차 선교 여행 일정 중에 다시 루스드라에 들렸을 때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를  그곳에서 얻게 된다. 유대인이 거의 살고 있지 않던 루스드라였지만 그곳에 헬라인과 결혼한 유대인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의 아들이 바로 디모데였던 것이다. 1차 선교 여행때 복음을 받아들인 디모데 가정은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크게 성장해 있었다. 결국 그들은 바울을 다시 만나자 아들 디모데를 바울과 함께 선교에 헌신하는 사람으로 바치게 된다. 앞으로 루스드라에서 디모데에 관한 유적이나 흔적이 발굴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섞인 기대를 하며 루스드라를 떠나는 버스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