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국 사회를 울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9월 7일 새벽 2시 12분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천안지청의 서른 다섯 살의 젊은 검사인 이상돈이 숨진 채 발견이 되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사건을 처리하고 집으로 귀가하던 길이었습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주민에게 발견되어 119 요원이 급하게 달려왔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그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과로사였습니다. 이상돈 검사는 서른 살 아내 서모씨와 세 발배기 아들을 남기고 너무나 빠르게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된 것입니다.

  참 안타깝고 슬픈 사연이지만 이 이야기만 가지고는 한국 사회를 울릴만한 사건이 되지는 못합니다. 이런 비슷한 일들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신문 한 구석에 소개되거나 TV 방송 말미에 잠깐 등장하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 사건이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것은 장례 후에 발생한 일 때문입니다. 장례를 마친 이상돈 검사의 아내가 남편이 남긴 물건을 정리하다가 낡은 수첩 하나를 찾게 되었습니다. 다 해진 가죽 수첩 안에는 ‘Mind Setting’(마음가짐)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습니다. 살면서 스스로 지키자고 다짐한 일종의 10계명이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의 그 글을 보면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 다짐대로 짧은 생애지만 최선을 다해 살았던 남편이 너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아내 서씨는 장례를 도와준 천안지청에 감사 편지를 보내면서 이 글을 함께 담아 보냈습니다. 그 글을 받아 본 천안지청의 담당자도 역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7일 그 내용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습니다. 그 글에 대한 조횟수가 늘어가기 시작하면서 삽시간에 전국민에게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누구나 말할 수 있는 뻔한 말들이지만 그를 아는 대부분의 검사들이 “정말 수첩에 적은 대로 살았던 검사”라는 애도의 글을 댓글로 달았습니다. 한 동기는 “늘 다른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고 대하며 열정적으로 일했던 검사였다”고 했고, 선배 검사는 “후배지만 선배같이 훌륭하게 살았던 검사”라고 했습니다. 어떤 검사는 “이 검사가 남긴 글을 마음에 새기고 근무하겠다”고 자기 결심을 써 놓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가 남긴 ‘마음의 다짐’은 그렇게 살려고 애썼던 그의 삶과 함께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입니다. 

  그가 다짐한 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의례적으로 하는 새해 결심도 아니었습니다. 부단히도 자신을 채찍질하고 훈련하기 위한 자기만의 철저한 삶의 자세였습니다. 그가 남긴 다짐들은 그의 짧은 삶속에 그대로 녹아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따뜻한 10계명’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가 다짐한 따뜻한 10계명은 10가지를 채운 것이 아닙니다. 7가지였습니다. 하지만 10계명이라는 것이 반드시 10가지를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계명을 이야기 할 때 10계명이라는 고유 명사를 인용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의 삶 속에 녹아있던 따뜻한 10계명 첫 번째는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장점만 보려고 노력하자”입니다. 그의 아내는 천안지청에 보낸 감사 편지에서 “검사 이상돈은 타인을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약자를 배려하며 살아왔다”고 아내가 보았던 남편을 평가했습니다. 이기주의 사회에서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입니다. 자주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것은 내가 중심이 안 되고 내 생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나오는 특징입니다. 그러기에 내 생각과 의견만을 앞세우려고 합니다. 남의 장점을 보기 보다는 단점을 보고 지적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이기주의적 심리가 우리에게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 잘못을 지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내가 받아들이지도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내 자세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은 내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적을 때, 남에 대한 단점만 자주 보일 때 우리는 스스로를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인격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따뜻한 10계명은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지내자”입니다. 주님은 공생애의 첫 사역지를 혼인잔치집으로 정하셨습니다.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곳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리입니다. 모두가 축하하고 축복받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그곳에도 어려움은 있었습니다. 웃음이 울음으로 바뀔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축복이 아쉬움과 결핍으로 결론지어질 수 있는 난처한 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잔칫집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인 포도주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물로 포도주를 만드셨습니다. 그것도 가장 좋고 맛있는 최고의 포도주를 만드셨습니다. 기쁨이 배가가 되었습니다. 축복이 더 큰 축복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기독교입니다. 우리 신앙의 본질입니다. 주님만 내 인생에 계시다면 어려움이 문제가 아닙니다. 슬픔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합니다. 기쁨은 우리 신앙의 기초요 본질입니다. 밝은 모습은 언제나여야 합니다. 비록이 힘들고 어려운 터널 같은 순간을 지나갈 때도 기쁨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이 반드시 새로운 길을 여실 것을 믿고 감사하면 기쁨은 소멸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자”입니다. 만나면 왠지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특별히 나와 관계가 별로 없는데도 옆이 있기가 부담스러워집니다. 반면에 옆에 있기만 해도 포근하고 따뜻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생각만 해도 흐믓한 미소가 흘러나옵니다. 바로 친절한 사람입니다. 누구를 대하든 애정을 갖고 상대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살벌한 곳입니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사는 곳입니다. 사람들 마음이 황폐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웃을 보아도 경계의 대상으로 봅니다. 그때 나에게 애정을 가진 친절한 사람을 만나보십시오. 마음의 고향이 따로 없습니다. 잠언3:4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인자와 진리가 네게서 떠나지 말게 하고 그것을 네 목에 매여 네 마음판에 새기라” 여기서 인자는 친절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친절은 타고난 성품이 아닙니다. 이것은 부단히 연습하고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붙잡아 두고 떠나지 말게 해야 합니다. 목에다 매고 마음판에 새기라고까지 말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친절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입니다.

  네 번째 따뜻한 십계명은 “일은 열정적이며 완벽하게 하자”입니다. 보통 검사들은 인사철이 되어 자리를 옮기게 될 때 처리하지 못한 미제 사건을 70-80건 정도 남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상돈 검사는 지난 1월 인천지검에서 천안지청으로 옮길 때 후임에게 남긴 미제 사건은 단 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마저도 무척 미안해했다고 합니다. 그가 순직한 날도 새벽 2시까지 사건을 처리하면서 과로하게 된 것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맡겨진 일까지 대충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품은 온유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책임감이 투철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생각을 바르게 그리고 똑똑하게 하자”입니다. 영국의 저술가 새무얼 스마일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낳는다.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낳는다. 습관을 심으면 성격을 낳는다. 성격을 심으면 운명을 낳는다” 결국 우리의 운명이 생각에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행동을 만들고, 습관을 만듭니다. 결국 습관이 모아지면 내 인생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르게 한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여섯 번째는 “건강에 대한 자만심을 버리자”입니다. 이상돈 검사 본인도 노력은 했겠지만 건강을 지키는데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아직 35세의 젊은 나이입니다. 젊음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이런 다짐을 했을 것입니다. 며칠 밤을 새도 괜찮을 것 같은 젊음은 없습니다. 언제라도 하나님이 주신 몸을 관리하는 청지기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 따뜻한 십계명은 “감사하자 감사하자, 그리고 겸손하자”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감사를 잃어버리는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은 없습니다. 감사가 바로 행복의 출발점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려면 겸손해야 합니다. 행도 불행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겸손입니다.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온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로부터 왔으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내 것을 주장하면 감사를 잃어버립니다. 평생동안 결코 감사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합니다. 그런 인생처럼 축복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