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길게 펼쳐질 것 같았던 2018년의 한 해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좋은 일도 많았고, 궂은 일도 많았습니다. 기쁨이 넘쳐 웃는 순간도 있었지만 슬픔에 겨워 마음을 추스리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너무 고마워서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었지만 속이 상해 아픈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감정이 전부 다 인것 같고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지만 벌써 거의 모든 지난 일들이 아득한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지나가는 한 때의 감정이라는 사실을 왜 우리는 그 순간에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 세상에 지나가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산천은 변하지 않는데 인간만 변한다고 노래했던 옛시조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산천은 분명 인간의 수명보다는 훨씬 길게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새하늘과 새땅이 도래하면 지금 있던 하늘과 땅은 지나가 버리고 말 것입니다.

작자 미상의 시 ‘신과의 인터뷰’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말했다./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미래를 염려하느나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그리하여 결국 현재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해 하는 시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아주 지루하게 생각했었습니다. 빨리 중학생이 되고 싶었고, 고등학생이 되고 싶었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라면 자랄수록 힘든 일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책임질 일도 많고 밤새워 고민하고 걱정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만 잡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내 세상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다시 어린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때가 가장 좋았다는 넋두리만 했습니다. 결국은 어린 시절도 지나가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요? 

세상은 돈이 최고인 것처럼 우리를 세뇌시키고 있습니다.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는 듯 세상은 돈 밑에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할까요? 과거에는 대통령, 장관, 장군, 과학자 등이 꿈이었습니다. 좀더 현실적으로 바뀌면서는 교사, 공무원, 회사원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 어린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건물주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돈 많은 사람, 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즐기며 사는 사람의 대명사가 바로 건물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는 지 모릅니다. 그렇게 좋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치는 것을 예사로 합니다. 몸을 혹사시킵니다. 건강이 언제라도 자기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착각때문입니다. 건강을 해치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을 쓰기도 전에 건강에 이상이 생깁니다. 결국 건강을 잃으면서 번 돈은 건강을 다시 되찾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국 남는 장사가 아닌 것입니다. 고생만 죽어라고 한 꼴입니다. 젊음도 한 때입니다. 진정한 섬김과 봉사를 할 수 있는 시간도 한 때입니다. 그 때가 지나가면 누가 시키지도 않습니다. 의욕도 생기지 않습니다. 건강을 지켜가면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합니다. 인생은 돈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해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걱정, 근심은 대부분 미래에 관한 것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과 긴장이 걱정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걱정의 대부분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한 걱정하는 것의 90%는 단순한 걱정일 뿐 현실이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나머지 10% 중 6%는 걱정을 아무리 해도 불가항력적인 것입니다. 내 힘으로는 막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나 국가간의 전쟁 등을 말합니다. 걱정의 4%만 현실로 나타는 것입니다. 100개 중 4개의 대한 불안 때문에 100개 모두를 걱정하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걱정을 하다보면 오늘이 행복하지 않습니다. 걱정은 오늘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결국 현재도 미래도 걱정의 덫에 걸린채 허우적거리며 사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고심하며 힘들어하며 걱정했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나요? 아닐 것입니다. 걱정도 근심도 다 지나가는 일입니다. 빨리 떨쳐버릴 수록 오늘의 행복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지혜서인 ‘미드라쉬’에서 항상 즐겨 읽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미드라쉬는 구약 성경을 해석하고 설명해 놓은 책입니다. 다윗 왕이 전쟁에서 이긴 뒤 궁중의 보석 세공사에게 자신을 위해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반지에는 “내가 승전해 기쁨이 넘칠 때 교만하지 않게 하고,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주문했습니다. 세공사는 반지를 만들었으나 적당한 글귀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솔로몬은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 구절은 유대인들이 애지중지하는 구절입니다. 나찌 학살 시에도 이 구절을 붙잡고 그 엄청난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솔로몬이 쓴 전도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전7:14). 일이 순조롭게 풀릴 때도 있습니다. 그때 교만한 마음을 가지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감사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생기고 하는 일마다 난제에 봉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드는 마음이 누구 탓을 하는 것입니다. 환경 탓을 하고 남의 탓을 합니다. 탓을 하면 잠시 위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로 인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합니다. 나중에 다시 어려움이 생겨도 극복할 힘을 갖지를 못합니다. 문제가 생길 때는 내 자신을 먼저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내가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교만한 마음을 갖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고 나를 먼저 교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형통한 날도, 곤고한 날도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온갖 부귀영화와 명예를 누린 왕입니다. 그런 그가 전도서의 시작으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전1:2-4).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은 채 해 아래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 모든 부와 명예는 결국 의미 없는 것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나기 전에는 깨닫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지난 후에야 비로서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숙제 중에 숙제입니다. 결국 모든 것이 지니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붙잡고 놓치 않으려는 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놓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억지로 놓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내려 놓아야 합니다. 

랜터 윌슨 스미스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제목으로 시를 쓴 것이 있습니다.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네 삶에 밀려와/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내고/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끝없이 힘든 일들이/ 네 감사의 노래를 멈추게 하고/ 기도하게에도 너무 지칠때면/이 진실의 말로 하여금/네 마음에서 슬픔을 사라지게 하고/힘겨운 하루의 무거운 짐을 벗어나게 하라/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너에게 미소짓고/하루하루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차/근심 걱정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세속의 기쁨에 젖어 안식하지 않도록/이 말을 깊이 생각하고 가슴에 품어라/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너의 진실한 노력이 명예와 영광/그리고 지상이 모든 귀한 것들을 네게 가져와 웃음을 선사할 때면/인생에서 가장 오래 지속될 일도, 가장 웅대한 일도/지상에서 잠깐 스쳐가는 한 순간에 불과함을 기억하라/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2018년이 지나가는 것처럼 이 세상에 지나가지 않는 것들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