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각 목장별로 100불 프로젝트인 사랑의 겨자씨에 대한 사역 보고회가 있었습니다. 어른 목장까지 포함해서 25개 목장이 지난 1년에 걸쳐 수고하고 애써서 섬김을 베풀어온 과정과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이 참여했던 모든 교우들에게 감동과 감사가 넘쳤났습니다. 필요할 때 한 번 이웃을 도와주는 것도 우리 삶에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 일입니다. 우선 가까운 사람 중에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내 형편과 상황이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내 마음 문이 열려야 가능한 일입니다. 반드시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누군가 나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이 도와주겠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웃의 안타까움을 알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다름 기회에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에 그 순간의 부담을 벗어나려고 합니다. 최근에 아니면 지난 1,2년 안에 누군가의 안타까움을 보고 실재로 도와주었던 경우가 생각이 나는지를 한 번 살펴보면 됩니다. 의외로 별로 생각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나는 이웃에게 마음이 열려있고 언제라도 도와줄 마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의 생각과 실제로 도와주는 행위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100불 프로젝트의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은 있지만, 늘 부담은 되지만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든 모든 교우들이 실제로 구제 사역이 동참해 보는 것입니다. 마음에 있는 한 두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목장 단위로 모든 목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입니다. 구제에 대한 계획을 같이 세웁니다. 100불의 시드 머니를 어떻게 불릴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그 돈을 불리는 과정에 힘을 합쳐서 같이 참여를 합니다. 몇 개월간 그렇게 수고해서 모은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쓸 것인지를 의논합니다. 다양한 방법들이 나누어질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누가 있는 지를 각자가 살펴보게 됩니다. 대상이 정해지면 그 사람의 형편과 처지를 자세하게 알아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마음이 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하면서 위로하고 격려하게 됩니다. 이런 순서를 다 마치게 되면 우리 마음에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과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삶의 의미가 훨씬 더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오리건의 주도인 세일럼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그 도시에는 지난 5년 여 동안 계속 진행되어온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역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은 기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작은 지난 2013년 봄이었습니다. 보이스카웃 소년들이 기금 모금을 위해서 팝콘을 팔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신사가 와서 팝콘 한 봉지를 샀습니다. 그리고는 사등분으로 곱게 접은 지폐 한 장을 놓고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소년들이 그 접힌 지폐를 펴보니 100달러짜리였습니다. 그 신사는 몇 번이나 다시 와서 이번에는 초콜릿을 사고는 또 접힌 지폐 한 장을 건네 주고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두고 간 지폐가 총 9장, 900달러였습니다.

그는 자기 이름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가 누군인지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 이름 모를 신사의 선행을 세상에 알린 것은 보이스카웃 단원의 부모들이었습니다. 지역 신문에 그의 선행을 제보하고 그가 기부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또한 보이스카웃 단원이 얼마나 고마워하고 감동스러워하는 지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 신문의 한 칼럼니스트가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그 신사를 신문에 소개했습니다. 그는 이름 없는 신사에게 ‘베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100달러 지폐의 얼굴이 벤자민 프랭클린입니다. 그 벤자민의 애칭이 바로 베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베니의 선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퍼마켙에서 주로 서민들이 사는 시리얼, 화장지, 기저귀 박스 안에 4등분으로 접은 100달러 짜리 지폐가 들어있었습니다. 지폐를 발견한 시민들은 그 신사를 소개한 칼럼니스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들의 사연이 계속해서 신문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세일럼 도시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진 돈은 5만 말러가 넘습니다. 베니는 이제 세일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베니의 이런 무조건적인 나눔이 시작된 후 인구 10여만 명의 작은 도시인 세일럼에는 의미 있는 사건들이 이어졌습니다. 첫번째는 생활고로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이 희망을 얻게 되는 기적이었습니다. 100불짜리 지폐는 신기하게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갔습니다. 사실 100불이 없어도 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사람들에게 100불이라는 돈이 주어져도 나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큰 감동을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100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에게는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와도 같은 것입니다. 남편이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병원비며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한 어느 부인이 그 돈을 받고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눈물까지 흘렀다고 합니다. 단돈 10불도 아쉬웠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노숙자로 살던 어느 부부는 그 돈으로 모처럼 편한 모텔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나눔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는 신비스런 나눔 바이러스가 생긴 것입니다. 베니 지폐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의 형편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돕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게 된 것입니다. 남편의 뇌졸증으로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 부인이 사실은 결혼 반지까지 전당포에 맡겨 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전당포 주인은 빌려간 돈을 받지도 않고 그 부인에게 결혼 반지를 돌려주었습니다. 모텔에서 모처럼 편안한 하룻 밤을 보낸 홈리스 부부에게 성금이 쇄도해서 홈리스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형편이 어렵지 않은 사람들 중에 베니의 100불을 받은 사람들에게 일어난 기적입니다. 그들은 그 100불을 횡재 맞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필요에 그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받은 100불에 자신의 돈을 합치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합쳐진 돈을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면서 돕는데 쓰는 선행 증식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교회가 했던 100불 프로젝트의 과정과 같은 일이 이 세일럼 도시에서 전체적으로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세일럼은 지난 몇 년새 아름다운 기적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베니는 왜 이런 일을 시작한 것일까요? 낯모르는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줌으로써 그가 얻는 것은 삶의 의미일 것입니다. 그 돈을 받는 사람들이 기뻐하고 감동스러워할 때 베니에게 삶의 무한한 의미가 깊어졌을 것입니다. 사람은 의미로 사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추구하는 소유는 분명 당장의 달콤함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근본적인 목마름은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많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은 것이 우리가 가진 욕망의 본질입니다. 목이 마르다고 소금물을 먹으면 당장은 갈증이 해소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목이 더 타들어갑니다. 탐욕은 또 다른 탐욕을 부르는 법입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삶은 소유의 문제를 넘어서기 마련입니다. 삶의 중심이 소유에서 존재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의미로 인생의 포커스를 두는 순간부터 많이 갖고 적게 가진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때 가진 것을 아무 조건 없이 내어 주는 일도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소유는 줄어드는데 오히려 기쁨을 커지는 인생의 역설이 가능해지는 법입니다. 

목장들이 베풀었던 섬김의 대상들은 아주 다양했습니다. 홈리스들, 일용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거의 대부분이 가난한 학교로 섬김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목장에서는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는 한 가정을 학교에서 추천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갖고 싶은 물건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목장에서 만든 기금은 바로 그 가족 모두에게 갖고 싶은 물건을 선물을 사주었습니다. 그 선물을 받아 든 가족들은 일생 최고의 성탄절이었다고 좋아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민와서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주에 사는 목사님 부부에게 교회 렌트비를 보내준 목장도 있습니다. 한인 노인회에 속한 가장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참 많이 있다는 것을 서로가 깨닫고 발견하게 되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의미는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생겨납니다. 우리의 울타리를 더 넓혀서 더 많은 이웃들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삶의 의미는 더욱 깊고 넓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