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제가 처음으로 성지순례를 떠날 때 공항에서 난감한 일이 하나 생긴 적이 있습니다. 같은 일행 40여명의 목사님들이 LA공항에 집결을 했습니다. LA에서 오신 분들이 많지만 저처럼 타주에서도 여러 분이 참여를 했습니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월요일 새벽 5시에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잠도 제대로 자지도 못해 피곤했지만 그래도 성지순례를 한다는 기쁨에 생기들이 넘쳐났습니다. 문제는 탑승 수속을 밟는 중에 일어났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목회를 하시는 한 목사님이 영주권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항공사 직원이 영주권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입니다. 항공사 직원은 영주권이 없으면 출국을 할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목사님이 얼마나 실망하고 난감해하는 지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6개월 이상 성지순례를 준비를 했습니다. LA에서 있었던 준비세미나에 12번이나 참석을 했습니다. 교회에서는 광고까지 하고 교인들의 환송까지 받았습니다. 이 모든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것을 이 목사님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옆에 같이 있던 일행들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분을 남겨놓고 떠나는 우리의 마음 역시 아주 편치 않았습니다.

그때 일행 중 한 분이 여행사 직원에게 해결책을 하나 제시를 했습니다. 항공사에서 출국만 허락을 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이곳에 있는 가족들이 DSL로 영주권을 이스라엘에 있는 여행사에 보내면 그것을 찾아 입국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일이 되기만 한다면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곧바로 항공사 직원을 만나 그 생각을 전달했습니다. 그 직원 역시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자기 권한으로는 출국을 허락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곧이어 매니저를 만났고, 좀 더 높은 직급의 직원까지 만나서 사정을 했습니다. 결국 출국이 허락이 되었습니다. 우리 일행 모두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곤경에 처했던 목사님 역시 감사와 기쁨이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예정된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던 일주일 후였습니다. 요르단을 순례하고 있는데 이스라엘에서 여행사 직원이 저희들 숙소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는 미국에서 보낸 영주권을 그 분에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노벨상을 받는 수여식과 같았습니다. 주변에 있던 우리 모두가 감사와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는 겸연쩍어 하면서도 얼굴에 기쁨과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성지순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큰 실수였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도우심으로 문제가 해결되어 감사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여행길은 꿈과 낭만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뜻하지 않는 어려움을 당하기도 합니다. 여행 내내 아파서 구경 한 번 못하고 돌아온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미국에 이민을 온 후 20년을 벼르다가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갔습니다. 친척 차를 빌려서 운전을 했는데 그만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상대방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였습니다. 문제는 보험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수였습니다. 지금까지 교통사고를 낸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으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친척에게 미리 보험을 들어두라고 했어야 합니다. 아니면 이곳에서 한국에서 차를 운전하는 기간 동안 보험을 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미국에 온후 처음으로 한국을 나갔기 때문에 보험 문제는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분은 3개월 동안 미국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큰 고생을 했습니다. 여행 중에 어려움을 만나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이 필요합니다.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낯선 곳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혼자서는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가 어렵습니다. 영주권을 갖고 오지 않은 목사님을 다른 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 분은 성지순례를 포기하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분 역시 친구와 친척들의 도움으로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했습니다. 그 일을 마무리한 후에야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수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조심한다고 하는데 실수가 나타나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실수가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브라함도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는 실수를 했습니다. 이삭도 축북할 아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야곱 역시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속이는 큰 실수를 했습니다. 평생 순종하는 삶을 살았던 모세도 마지막 순간에 순종하지 못하는 잘못을 했습니다. 가장 경건한 왕이었던 다윗도 간음죄와 살인죄를 동시에 저지르는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했습니다. 15년간 생명을 연장받았던 히스기야도 바벨론 사신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습니다. 850대 1에서 대승리를 거둔 엘리야도 로뎀나무 아래서 오히려 죽여달라고 소리치는 나약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늘 실수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일상생활의 작은 실수들은 회복도 빠를 것입니다.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 큰 타격과 고통을 안겨주는 실수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4살 짜리 딸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에 간 엄마가 있었습니다.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던 중이었습니다. 엄마가 잠깐 진열되어 있는 상품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아이의 신발이 에스칼레이터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아이는 “엄마!”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이미 아이의 발은 신발과 함께 그 기계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빼낼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그 사고로 아이는 발을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그때 엄마는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내가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에 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엄마는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 것입니다. 그 죄책감과 아픔을 안고 평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엄마는 아이에게서 고개를 잠시 돌릴 수 있습니다.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서 아내를 누이라고 속일 수도 있습니다. 15년간 특별한 은혜로 생명을 연장 받았던 히스기야도 교만해 질 수 있습니다. 은근히 바벨론 사신들 앞에서 자랑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의 선지자 엘리야도 죽고 싶다고 울부짖을 때도 있습니다. 본래 그렇게 행동했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잠깐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그런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서 절대 고개를 돌리시지 않습니다. 오늘도 우리를 눈동자처럼 지키고 계십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실수와 잘못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는 하나님의 이 지키심때문입니다. 우리는 지키시는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신다고 시편 기자를 분명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낮의 해와 밤의 달도 우리를 절대 해치지 못한다고 강조합니다.

시내산 광야를 성지순례했을 때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버스가 광야에서 고장이 나서 갑자기 선 적이 있었습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에어컨을 켤 수가 없었습니다. 카이로에 있는 여행사에서 다른 차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때까지 3시간을 광야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뜻하지 않는 광야체험이라고 좋아들 했습니다. 하지만 20-30분이 지나자 그늘을 찾지 않고는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늘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버스가 만든 그늘이 유일한 그늘이었습니다. 그 적은 그늘에 40명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위에 있는 구름이 태양을 가리자 커다란 그늘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자마자 그렇게 더웠던 날씨가 얼마나 시원해졌는 지 모릅니다. 저는 광야 40년간 이스라엘을 보호하셨던 구름 기둥이 무엇인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나무 하나 제대로 없는 그 광야에서 40년을 어떻게 지낼 수 있었겠습니까? 바로 구름 기둥때문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 가는 곳곳마다 이 구름 기둥이 따라 다닌 것입니다. 낮의 해가 아무리 뜨거워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습니다.

‘밤의 달’은 고대 사람들이 아주 두려워하던 것입니다. 이것은 바벨론의 ‘달신’을 가리킵니다. 이 달의 신은 모든 악한 일의 근원입니다. 질병도 달의 신이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저주병이라는 문둥병도 달신의 작품입니다. 영어에 ‘moonstruck’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Moon과 strike의 합성어입니다. 달이 우리를 한 대 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 말의 뜻은 미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달이 사람을 치면 그 사람은 미치게 됩니다. 당시 사람들은 밤에 뜨는 달에게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밤만 되면 질병 걱정, 자녀 걱정, 먹고 사는 걱정이 그들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밤의 달은 실재가 아닙니다. 달은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존재하는 하나의 창조물입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달이 잘 보이지 않게 밤마다 불기둥을 세워주셨습니다. 이 불기둥이 어떤 모습인지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불기둥은 밤의 추운 공기를 덥게 해주었습니다. 광야의 불기둥은 우리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사인이었습니다. 우리는 늘 실수하지만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런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것이 우리가 살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