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LA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친구 목사에게 목디스크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도, 운동, 목회 모두 열심히 하는 친구입니다. 평상시에도 자주 연락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개월전부터 목이 그렇게 아팠다고 합니다. 며칠 지나면 낫겠지 하면서 진통제를 먹고 기다렸는데 낫지 않더랍니다. 결국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고 목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디스크가 낫기까지는 심한 운동도 못하고 계속 약물을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낫지 않으면 결국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는 매사에 조심하고 있습니다.

중세나 근대의 유럽 여인들의 초상화를 보면 헤어 스타일이 아주 화려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인들은 머리 치장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머리모양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꾸미기 위해 수많은 도구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 도구들은 철사나 노끈을 기본으로 풀과 기름으로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진주와 화려한 보석들, 레이스와 리본, 꽃과 넝쿨로 장식을 했습니다. 지금처럼 미용실이 있지 않던 시절에는 이러한 화려한 머리장식은 왕족과 귀족들만의 특권이기도 했습니다. 왜 이렇게 머리 치장을 했던 것일까요? 역사적으로 머리 모양은 사회적 신분을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숱이 많고 곱슬곱슬한 머리 모양은 권력을 뜻했습니다. 그러므로 그 당시에는 남성들까지도 굵은 모발로 가발을 만들어 쓰기도 했습니다. 왕궁에서는 남자들도 하얀 가발을 쓰고 있는 모습이 그림에는 많이 등장해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높고 화려한 가체가 유행했습니다. 가체는 조선 여성에게도 단순한 머리 패션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신분과 부의 척도이기도했습니다. 머리를 길게 땋아 치장한 가체의 무게를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게는 30kg이나 됐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목뼈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고 하니 당시 조선 여인들이 가채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힘들어 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일반 서민들도 목뼈가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수십키로 되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나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동이뿐만 아닙니다. 각종 물건들과 무거운 짐도 머리에 이고 다녔습니다. 당연히 목이 결리고 어깨가 아파도 당연하게 여겼을 것입니다. 그만큼 관절 건강에 대한 개념은 최근에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목에서 하중을 대부분 내려 놓았습니다. 과도한 머리 장식을 한다거나 머리에 물건을 이고 다니는 것은 거의 보지를 못합니다. 생활이 편해지면서 무거운 물건은 대부분 도구를 이용하거나 차를 통해서 나르고 있습니다. 머리 장식 역시 신분을 상징하는 것은 사라졌습니다. 그것보다도 관절 건강에 대한 인식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최근에 들어와서 또 다른 굴레가 목에 씌워졌습니다. 바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비롯한 전자기기들입니다. 어느 장소를 가나 스마트폰을 보느냐고 머리를 숙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무언가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관 2층에 제 방이 있습니다. 금요일이나 주일 아이들이 모이는 시간에 그 곁을 지나가면 늘 보는 것이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작동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때 목에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스마트폰 사용의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2014년 뉴욕의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즈라즈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시 고개를 숙이는 자세에 따라 목이 받는 하중을 조사했습니다. 그의 연구 결과를 보면 고개를 앞으로 15도 숙였을 때는 12.2kg의 무게를 머리에 얹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30도를 기울였을 때는 18.1kg의 하중이 가해집니다. 목이 받는 무게는 60도를 기울였을 때가 가장 많은 데 무려 27.2kg에 달합니다. 이 무게는 약 60파운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마켙에서 보통 15파운드나 20파운드 짜리 쌀을 사다 드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15파운드 쌀은 4포대, 20파운드 쌀은 3포대에 해당이 됩니다. 고개를 60도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면 쌀 3-4포대를 머리에 이고 있는 것과 똑같은 하중이 머리와 목에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난 것과 목의 질병과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물론 이 둘의 상관관계를 직접 연구한 결과는 나온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각개의 연구 상황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 연관성을 추정할 수는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성인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2015년 하루 1시간 34분에서 2018년 2시간 3분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목디스크 환자는 87만 명에서 96만명으로 늘었고, 또 다른 목 질병인 일자목 증후군 환자는 191만 명에서 211만 명으로 계속 증가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 증가와 목 질병 증가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조사 결과입니다.

원래 정상적인 목뼈인 경추는 C자형 굴곡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동차에는 외부의 충격을 흡수해서 차체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 ‘샥 업소버’(Shock Absorber)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몸의 목뼈가 바로 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개를 앞으로 숙이거나 내미는 행동을 지속하다 보면 경추가 점차 일자형으로 변하는데 그것을 ‘일자목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일자목이 진행되다 보면 경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구조물인 추간판(디스크)에 미치는 충격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서 목디스크가 생기게 됩니다. 목디스크로 주변 신경이 눌리면 어깨, 팔, 손에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오게 됩니다. 친구 목사도 어깨에 심한 통증이 왔고, 팔도 저리고 마비 증세가 와서 병원을 찾아간 것입니다. 결국 목 디스크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진통제로만 해결하려고 했지만 더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목뼈인 경추는 위로는 머리, 아래로는 허리뼈인 요추에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경추는 뇌로 향하는 온갖 신경과 혈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은 목뼈에 이상이 생기면 각종 신경 장애가 생기고 신진대사가 떨어지게 됩니다. 스마트폰을 고개를 숙이고 오래 사용하는 것은 경추에 아주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컴퓨터나 전자기기 역시 고개를 숙이고 작업을 하는 것은 목에 충격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친구 목사가 목디스크로 고생을 하면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전에는 카톡을 참 많이 했습니다. 시를 많이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편의 시를 써서 친구들 카톡에 올리는 일을 했습니다. 그 시에 대해 평가를 하면 또 응답을 하는 일이 반복되었던 것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하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카톡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문자를 자주 보내던 습관에서 벗어나 이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화를 합니다. 그대신 자연을 벗삼아 많이 걷는다고 합니다. 그의 달라진 습관 때문인지 요즈음에는 목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요즈음 나는 하루에 스마트폰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고개를 어느 정도 숙이고 있는 지도 한 번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60도 이상 숙여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당장 자세부터 고쳐야 합니다. 15파운드 쌀 4포대를 머리에 이고 있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45도로 숙이면 쌀 3포대를 머리에 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현대를 살아가면서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것만 쓰고 10분, 20분 장기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숙였던 고개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필요를 채워주는 것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고개를 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필요와 도움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에게서 오기 때문입니다. 시편 121편은 숙여졌던 우리의 고개를 들게하는 놀라운 말씀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121:1-2). 이 시편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제목이 붙어있습니다. 1년 내내 농사를 짓고 목축업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유월절, 칠칠절, 초막절 절기가 되면 성전에 올라가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그때 높은 산 위에 있는 성전을 바라보면서 여행을 할 때 불렀던 노래입니다. 늘 고개를 숙이고 살던 사람들에게 고개를 드는 법을 가르쳤던 것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며 하나님의 도움을 기다리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