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믹으로 인해 3년간 중단되었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음 주 14일에 떠나게 됩니다. 지난 2020년 3월에 우리 교인 몇 분과 덴버 지역에서 신청한 30여분과 함께 가기로 했던 성지순례팀입니다. 하지만 팬더믹이 터지고 각 나라들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급기야 떠나기 한 달 전에 급하게 취소를 했습니다. 그 팀원들이 다시 출발하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습니다. 항공사에서는 한 번 취소한 티켙에 대해서 환불도 해주지 않고 크레딧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크레딧마저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은 새로 비행기 표를 끊어서 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시 가기까지 우여곡절도 많고 어려움도 수시로 있었지만 갈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릅니다. 제가 성지순례팀을 이렇게 여러 번에 걸쳐서 인도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15년 전에 교단에서 주최하는 성지순례를 처음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그만한 감동이 없었습니다. 목사로서 늘 성경을 묵상하고 연구합니다. 그리고 설교와 성경공부를 통해서 교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던중 목회를 하면서 처음으로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까지 성지순례를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현지의 모습을 통해 성경에 등장하는 내용들의 실제적인 연상이 가능해졌습니다. 저는 이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여행이든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면 대부분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저는 성지에 대한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매주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들마다 성경과 또 다른 지리적 자료들을 참고해 가며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입니다. 매주 주일 주보에 칼럼을 실었습니다. 그것을 우리 교인 뿐만 아니라 덴버 지역의 다른 교인들이 본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도 발행되고 있는 ‘빛과 소금’의 편집자인 최성애 권사가 보고는 신문에 성지순례 칼럼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무려 8년 이상 성지순례 칼럼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교회 주보 칼럼은 저희 교인들이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문은 독자층이 다양하고 넓었습니다. 덴버 지역의 교인들 뿐만 아니라 카톨릭 교인들 그리고 아직 예수를 믿지 않는 분들까지 성지순례 칼럼을 보는 분들이 늘어났습니다. 그 분들에게 성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신문사에 성지순례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편집자가 저에게 성지순례를 주선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습니다. 저는 단지 성지순례를 주선하는 것만이 아니라 성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하기 위해 성지순례 전에 세미나를 7-8주에 걸쳐서 갖기로 했습니다. 성지 공부는 성경공부와 똑같습니다. 그것도 실제적인 현장을 바라보면서 공부하는 실제적인 현장체험 학습입니다. 저는 여러 교인들에게 이 세미나를 시작으로 성지를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믿음의 더 큰 성장과 성숙으로 인도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미 저희 교인들만 해도 30-40분 이상이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 분들 역시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늘 해당되는 말씀이 나올 때마다 생생한 기억이 난다고 고백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교인 중 11명이 순례 길에 동참을 합니다.
종교개혁자 존 칼빈은 그의 책 ‘기독교강요’에서 기독교인의 삶을 두 가지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삶을 버리는 것입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을 말합니다. 사도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고백했습니다. 육체적으로 죽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내 욕심도, 욕망도 모두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시기도 질투도 내려놓는 것입니다. 예수 안에서 끊임없이 내 자신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삶을 사셨습니다. 자신을 버리는 결정체가 바로 십자가였습니다. 주님이 십자가에서 자신을 버리셨기 때문에 우리가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그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삶 역시 주님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잃어버리면 안됩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바로 자신을 버리는데서 오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기독교인의 삶은 순례하는 삶입니다. 순례라는 말은 단순한 여행이나 관광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보지 않았던 낯선 곳이나 다른 나라를 가본다는 것은 똑같습니다. 그러나 여행은 다시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순례는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를 향해서 계속 가는 것입니다. 인생 순례의 목적지가 어디일까요? 바로 우리의 본향인 하늘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 자체가 순례길인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에게서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다시 돌아갈 곳도 하나님이 보내신 하늘나라입니다. 여행을 했던 곳이 아무리 좋아도 그곳에서 계속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시 떠났던 자기 집으로 돌아옵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의 삶이 이와 같은 것입니다. 믿는 자들은 이 세상을 순례하다가 결국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땅에 영원히 머물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순례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최근에 세계 최고령자로 146세까지 살았던 인도네시아의 므바흐 고토라는 분이 있습니다. 아내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도 이 할아버지 보다 먼저 사망했습니다. 증손 뿐만 아니라 고조 손주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고조 손주 다음을 뭐라고 부르는지조차 모를 정도입니다. 그 할아버지의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하루라도 빨리 죽는 것입니다. 더 이상의 삶은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태어나면 죽는 것이 이 세상입니다. 젊음도 한 때입니다. 때가 되면 늙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온 곳이 있기 때문에 가야합니다. 그래서 인생은 순례길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 믿음입니다. 모세는 그가 남긴 시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90:12). 인생이 순례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인생의 지혜가 생깁니다. 비로서 하나님이 보입니다. 보이는 이 세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늘나라를 따라갑니다.
성지순례는 단순히 해외여행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향인 하늘나라를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각박한 현실 속에 살다보면 하늘을 쳐다볼 시간이 없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어디서나 고개 숙인 사람들만 있습니다. 어디서나 스마트폰만 쳐다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광고가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전에는 지하철만 타면 사방벽면뿐만 아니라 천장까지 광고들도 빼곡히 차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던 광고가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면 눈을 들어 쳐다보는 일이 없어서입니다. 타는 즉시 스마트폰을 꺼냅니다. 어디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입니다. 땅만을 쳐다본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순례자는 다릅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시편 121편의 말씀입니다. 사실 신앙의 순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순례를 하도록 명령을 하셨습니다. 모든 이스라엘의 남자들에게는 의무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1년에 3차례 순례를 하도록 하셨습니다. 그 절기가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입니다. 남자들이 지켜야할 명령이지만 사실 온 가족들이 같이 순례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12살 때 예루살렘에서 가족들과 헤어지게 된 것도 바로 유월절 순례길에 생긴 사건이었습니다. 이 순례 시즌이 되면 그들은 짐을 꾸렸습니다. 매일 반복되던 생활에서 벗어났습니다. 하루 이틀의 짧은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최소한 1-2주가 넘는 긴 여행이었습니다. 순례 여행을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정리하게 해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 지 그리고 왜 사는 지도 생각하게 했습니다. 시편 120-134편의 15편이 이 순례길에 읽고 생각하도록 주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15편 모두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순례자의 노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많이 불렀던 노래가 시편 121편입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라고 한 무리가 노래를 합니다. 그러면 또 다른 무리가 이렇게 답송을 합니다.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높은 하늘이 보입니다. 드넓은 대지가 보입니다. 우뚝 솟은 산이 보입니다. 이 모든 우주 만물을 지으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이 바로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이것이 순례길에서 깨달아지는 축복입니다.
기회가 되시고 여건이 맞으신다면 성지순례는 일생에 한 번 꼭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여행보다는 가장 먼저 성지순례를 소원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명령하신 길이며, 우리의 본향을 사모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