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5월을 가정의 달로 지킵니다. 55일이 어린이 날이며, 58일은 어버이 날입니다. 515일은 스승의 날이며, 521일 부부의 날입니다. 우리가 사는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주일에 지키는 어머니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5월이 가정의 달인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한국과는 다르게 5월에는 각종 학교의 졸업식이 있는 달입니다. 5월 둘째주부터 교회 인근에 교통 체증이 많이 있었습니다. 덴버 대학을 빌려서 각종 학교들의 졸업식이 거의 매일 있었기 때문입니다. 졸업식에는 가족들이 모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던 형제 자매들이 가족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옵니다. 가족들 서로가 축하하고 격려해 주고 사랑을 나누면서 새 힘을 얻고 각자의 일터로 돌아갑니다. 또한 이번 주는 메모리얼 연휴가 있습니다. 지난 3년간의 팬더믹으로 가족 여행을 가지 못했던 가정들이 줄지어 한국으로 타주로 들로 산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가족은 이 땅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입니다. 힘들거나 아플 때 가족만큼 위로가 되는 사람이 없습니다. 또한 기쁘거나 즐거울 때도 가족과 나누면서 그 기쁨이 극대화됩니다.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입니다. 동시에 가장 안전한 울타리입니다.

지난 주에 스틸’(Still)이라는 영화가 개봉이 되었습니다. 30년 넘게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한결같은 삶의 자세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유명 배우인 마이클 팍스의 인생 다큐멘타리입니다. 팍스는 80년대 중반 할리웃 최고의 인기배우였습니다. ‘패밀리 타이스,’ ‘백 투 더 퓨쳐등이 대흥행을 이루면서 20대에 그는 최고의 성공자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쌓아 놓은 돈과 엄청난 인기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1988년 동료배우인 트레이시 폴란과 결혼을 하고 그 이듬해 첫 아들까지 보게 됩니다. 인생 최고의 행복을 누리며 살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 광풍이 몰아닥쳤습니다. 영화 촬영 도중 갑자기 새끼 손가락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처음에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아직 나이가 30도 되지 않은 청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증상은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1991년 그는 파킨슨 병 진단을 받고 맙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 병은 완치가 불가능합니다. 치료약도 아직 없습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그는 3년간 긴 방황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중심을 잡습니다. 병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파킨슨 병 환자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것입니다. 배우로 성우로 열심히 일하는 한편 파킨슨 치료법 개발을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무려 15억 달러의 기금을 모으면서 연구를 전적 지원하고 있습니다.

20대부터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마이클 팍스의 삶과 커리어, 그리고 가족을 두루 담아낸 영화 스틸은 그의 인생 다큐멘타리입니다. ‘스틸이라는 제목은 가만히여전히를 모두 의미합니다. 가만히 있는 못하는 그의 몸, 하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여전히 활동적인, 여전히 긍정적인 그의 모습을 스틸이라는 제목 속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병이 많이 진행된 지금 그는 하루도 성할 날이 없습니다. 툭하면 넘어지고 다칩니다. 몸의 어느 부분에도 힘을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척추종양 수술을 받은 후로는 더 자주 넘어지고 여기저기 뼈도 부러지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이 고통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가 꿋꿋이 버티고 있는 비결은 가족입니다. 몸이 성치 않은 그를 가족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줍니다. 남편으로 아빠로 여전히 사랑하고 존경해 줍니다. 병마로 인해 지금까지 겪어야 했을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부부는 4남매를 지극 정성으로 길러냈습니다. 그런 아내와 가족이 없었다면 오늘의 마이클 팍스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가족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부입니다가족 역시 결코 완전한 존재들이 아닙니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것이 가정입니다. 하지만 가족은 부족하다고 멀리하거나 허물이 있다고 피하지 않습니다. 아플수록 더 같이 있어주고, 부족할수록 더 많이 채워주는 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이 세상에 가족만큼 안전한 울타리는 없습니다. 그 울타리 안에는 사랑이 있고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족이 오늘도 우리를 지켜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