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 예배 직전에 사무실에 올라가려고 주차장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교육관 문을 열어보더니 들어가지 않고 주차장으로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어떤 일로 교회에 왔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자기는 플로리다에 사는 사람이고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팔려 다닌다는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주차장에 평상시에 보지 못하던 풀밴이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플로리다 북쪽 지역인 Live Oak에 산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은 없는 지역인데 자기가 그곳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1년에 3-4차례 차에 농산물을 싣고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들을 찾아가서 파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텍사스를 먼저 들려서 판매했고, 그 전날 콜로라도에 와서 가동 빌딩 주차장에서 판매했다고 합니다. 수요일 저녁 예배 드리는 한인교회를 찾다가 우리 교회에 오게 된 것입니다. 그 청년은 제가 목사인지도 모르고 예배 드리고 난 다음 교인들에게 판매를 해도 되는지를 조심스럽게 물어왔습니다. 저는 광고를 해줄 테니 교회 본당에 들어가서 앉아 있으라고 했습니다.

찬양이 마치고 제가 설교를 하기 시작하면서 저는 그 청년을 소개했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온 사람이고 직접 재배한 유기농 농산물을 가져왔기 때문에 예배 마치고 필요한 분들은 구매를 하시라고 광고를 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예배를 끝내고 나가시는 교우들에게 그 청년이 판매하는 것을 가서 보고 사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많은 교우들이 관심을 가졌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도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그 청년을 환대하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준 이유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모습이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하루에 신문 300부를 돌렸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오후 3-4시경부터 시작하는 신문 배달은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제가 신문을 배달했던 지역은 서울의 송파 아래에 있는 세곡동 지역입니다. 지금은 도시화가 많이 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서울임에도 시골 농촌의 모습이었습니다. 매일 신문 배달을 가면 저를 반갑게 맞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몇 가정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어린아이가 신문 배달을 한다고 얼마나 위로하고 격려해 주었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상을 차려 놓고 밥을 먹고 가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분들이 농사를 지은 고추가 오이를 한 아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분들의 사랑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는 세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제가 판매했던 것은 찬양 테이프였습니다. 한국 교회에 처음으로 복음성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시중에서 잘 판매도 안 할 뿐 아니라 그런 테이프가 있는지도 잘 모를 때입니다. 저는 큰 가방 안에 찬양 테이프를 가득 담고 한 손에는 커다란 소니 녹음기를 들고 다녔습니다. 교회마다 찾아갔습니다. 목사님을 만나서 사정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예배 후에 찬양 테이프를 팔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교회에서는 그런 것을 판매해서는 안된다고 거절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목사님은 얼마나 따뜻하게 대해주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어떻게 사는지를 자세히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힘내라고 용기를 가지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예배 때는 광고를 너무도 자세히 해주셨습니다. 그날은 교인들이 너도나도 찬양 테이프를 사 주었습니다. 제가 여름 방학 기간에 두 달 동안 거제도도 내려가서 테이프 판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 교회 목사님은 저를 그 교회에서 한 달간 재워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본당 의자에서 담요 하나 덮고 자는 것이었지만 얼마나 감사하고 따뜻한 기억인지 모릅니다.

지난 수요일에 주차장에서 만난 청년을 보면서 저에게는 40-50년 전의, 이 따뜻한 기억이 떠오른 것입니다. 그 따뜻함이 오늘 저의 인생의 밑거름이 된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그 청년의 사정이나 형편은 제가 잘 모릅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가 조금이라도 따뜻한 기억을 안고 돌아간다면 그 청년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보이는 작은 따뜻함이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에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