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삶의 주변에서 늘 익숙하게 보던 것이 사라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봄과 여름이면 늘 우리 주변을 맴돌던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인해 벌 떼 전체가 사라지는 군집붕괴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군집붕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미국에서는 2015-16년 사이에 벌 떼의 28.1%가 감소했습니다. 현재 지구촌 야생벌 약 2만 종 가운데 4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라면 2035년쯤 꿀벌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토론과 투표로 지구상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5종을 선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단연 1위가 꿀벌이었습니다. 꿀벌 소실은 단순히 벌꿀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1%는 꿀벌을 매개로 수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주요 작물 75종 가운데 39종이 꿀벌을 통해서 화분 매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꿀벌이 멸종하면 농산물 생산량이 지금의 29% 수준으로 중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은 꿀벌만이 아닙니다. 해마다 사라지는 식물이 수백 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모든 식물은 씨앗을 맺고, 그 씨앗이 멀리 날아가 종자를 번식합니다. 물론 자연 도태를 통해 없어지는 식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간이 일으킨 잘못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정원 디자인 쇼인 쇼몽 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에 한 번은 충격적인 디자인이 출품된 적이 있습니다. 멸종된 식물의 묘지를 형상화한 작품이었습니다. 식물의 묘지는 보는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식물이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들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씨앗을 보존할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 지구에는 1,400개의 씨앗 은행이 있습니다. 이 은행의 씨앗은 기상 이변, 자연재해, 핵폭발 등을 대비해 지구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관 중입니다. 노르웨이 씨앗은행은 1,300킬로나 되는 만년 빙하 속에 만들어져 핵폭발에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씨앗 은행인 영국 밀레니엄 시드 뱅크는 지구 전체 식물의 25%의 종자를 확보하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달리 많은 종자 회사가 씨앗에 화학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씨를 맺어도 그다음 해 싹이 발아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 다음 해에 농부들이 종자를 또 구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변형된 씨앗이 많아지면 결국 스스로 번식하는 씨앗이 사라지는 현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한 물질만능의 사고가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은 그 속도를 점차 빨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처마마다 집을 짓고 시끄러운 울음으로 잠을 깨우던 제비들을 이제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거리이던 메뚜기가 논에서 사라진 것은 벌써 여러 해가 지나갔습니다. 농약에 취약한 메뚜기는 도시는 물론 농촌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늘 보던 익숙한 것들이 사라졌음을 깨달았을 땐 사실 너무 늦은 것입니다. 다시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눈에서 사라지기 전에 그것들을 붙잡아 두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관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나서 좋은 관계를 맺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맺고 있는 관계를 소홀히 할 때가 많은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기계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갈고 닦여서 만들어져 가는 인간관계입니다. 조그만 실수나 잘못, 그리고 불편함 때문에 오래 다듬어진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관계를 다시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모릅니다. 관계가 사라지거나 상대방이 떠나고 나면 그때 비로소 큰 아쉬움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것입니다. 사라지기 전에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