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학교나 교회 운동회에서 줄다리기를 해본 기억이 있으신가요? 양 팀이 굵은 줄을 양쪽에서 온 힘을 다해 끌어당기는 경기입니다. 그 안에는 단순한 힘 싸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팀워크, 인내심, 타이밍, 그리고 무엇보다 중심을 잘 잡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줄다리기가 우리가 매일 살아가며 겪는 영적인 싸움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며 지혜로운 결정들을 내려가는 삶에 대해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말씀대로 살고자 다짐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자꾸 같은 자리에 넘어지고 맙니다. 나쁜 습관이나 말, 중독, 숨겨진 죄의 패턴들… 우리는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죄의 끈에 이끌리듯 넘어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왜 나는 이렇게 연약할까? 왜 같은 죄를 반복할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사도 바울 역시 같은 탄식을 했습니다. 로마서 7장에서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갈등을 고백합니다. “나는 선을 원하지만 선을 행하지 못하고, 도리어 악을 행한다”고 말입니다. 바울은 자기가 미워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을 멈추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괴로워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도덕의 실패가 아니라, 그의 깊은 속사람 안에서 벌어지는 영적인 줄다리기였습니다.

그런데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죄를 지을 때 마음으로 괴롭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율법이 선하다는 것을 내가 인정하는 증거다.” 우리가 죄를 짓고 괴로워할 때, 그것은 우리 안에 여전히 하나님의 뜻을 향한 갈망이 살아있다는 표식입니다. 양심이 살아 있고, 성령님이 우리 마음을 붙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옳은 것을 알고도 잘못된 길을 걸을까요? 바울은 여기서 중요한 통찰을 전합니다. 하나님의 율법은 죄를 드러내지만, 오히려 그 율법이 우리 안의 죄성을 자극하여 죄의 유혹을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 마라”는 명령이 들리는 순간 더 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마음, 그것이 바로 우리의 본성입니다. 예를 들어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떠오르듯 말입니다.

이처럼 율법은 선하지만, 우리의 죄성은 그 율법에 반응하여 더 큰 갈등을 만들어냅니다. 처음엔 죄를 지은 뒤 괴로워하지만, 자꾸 반복되면 양심도 무뎌지고, 죄가 죄로 느껴지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이 싸움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인 전쟁이며,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절망 속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속사람, 곧 하나님께 속한 새로운 자아가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한다고 고백합니다. 이 말은 율법을 억지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사랑하고, 그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내면의 갈망이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죄를 짓고 나면 마음이 무겁고 괴롭습니다. 하나님 앞에 다시 나아가고 싶고, 회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시나요?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하나님의 자녀라는 증거입니다.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다시 주님의 손을 붙잡고자 하는 그 마음, 그 갈망이 바로 성령님의 역사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결단은 이것입니다. “주님, 저는 또 넘어졌습니다. 선을 원하지만 악을 행하는 제가 너무나 연약합니다. 그러나 다시 주님의 은혜를 붙잡고 일어서겠습니다.” 이 고백이 우리의 중심이 될 때, 우리는 줄다리기 같은 영적 싸움 속에서도 결국 하나님의 편에 서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내면에서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고 계신가요?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 중심을 잃지 않고 주님의 편에 서기 위해 발을 딛는 용기입니다. 말씀을 붙들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다시 주님의 방향으로 줄을 당기십시오. 하나님은 오늘도 그런 당신을 도우시고, 끝까지 함께 하실 것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약속, 저희는 반드시 일어나 빛을 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