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우스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불러 여자 인간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로 판도라라는 여자 인간이 태어나게 됩니다. 제우스는 판도라의 탄생을 축하하며 상자를 하나 선물로 줍니다. 하지만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를 했습니다. 판도라는 신 프로메테우스의 동생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상자 안에서 무엇이 들어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몸이 쇠약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열지 말라는 그 상자를 열게 됩니다. 그 상자 안에는 인간세계를 이간질시키고 재앙을 불러오는 온갖 악의 근원들이 가득했습니다. 욕심, 길투, 시기, 작종 질병 등이 담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들은 판도라가 상자를 여는 순간 빠져나와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평화로웠던 세상은 금세 험악해지고 인간은 고난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상자를 급하게 닫았습니다. 상자 안의 나쁜 것들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 희망만이 남겨져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통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끝이 납니다.

지난 주간에 암 치료를 받고 계시는 한 교우를 만나서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이미 전에도 암이 발견되어서 힘들게 치료과정을 견뎌왔습니다. 보통 5년이 지나고 아무 이상이 없으면 완치 판정을 받습니다. 몇 년간 특별한 증상도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나가 모처럼 형제들과 친구들도 만나서 여행도 하고 쉼을 가질 계획이었습니다. 비행기 티켙탕까지 다 했는데 그만 암이 재발되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다시 치료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치료받던 암은 더이상 자라지 않아서 감사하는데 그 부위에서 아주 먼 곳에서 원격 전이가 일어났습니다. 그 교우를 만나 이런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나 밝으신지 제가 다 깜짝 놀랬습니다. 지금도 매일 약을 먹고 있는데 약의 후유증이 아주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약의 분량을 조금 줄이면서 후유증도 사라지고 몸이 평안해졌다고 합니다. 전에 맞던 항암주사보다 훨씬 편안해서 이 정도 약이라면 언제까지라도 먹을 수 있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은 70 초반이신데 70대까지만 이렇게 치료를 하고 80부터는 아예 아무 치료도 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나이 들어서는 암을 치료하는 것보다 그냥 자연스럽게 두고 하나님이 정하신 기간까지 사시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그 분의 이야기에 저는 많은 감동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얼마나 희망적인지 전혀 아픈 분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주님이 제자들과 거리를 걷고 계셨습니다. 그때 제자들끼리 편이 나뉘어서 길거리에서 만난 한 사람을 두고 옥신각신했습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던 소경이었습니다. 한 그룹의 제자들은 그 사람의 행색을 보니 태어나면서부터 소경된 자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한 편의 제자들은 나중에 병이나 사고로 소경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자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화를 그 소경과 아버지가 듣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소경으로 살아가는 것도 서럽고 한탄스러운데 자기를 놓고 동정을 못할 망정 말싸움이 하고 있는 제자들이 너무 원망스러웠던 것입니다. 급기야 제자들은 주님에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이 소경이 된 것이 부모의 죄입니까? 본인의 죄때문입니까?” 부모의 죄라는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소경이 된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본인의 죄는 본인 잘못으로 나중에 소경이 된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어느쪽이든 소경이나 부모에게는 대못을 박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너무도 놀라운 대답을 하십니다. “이 사람이 소경이 된 것은 부모의 잘못도 본인의 잘못도 아니다. 하나님이 그를 통해 하실 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다평생 소경이라는 아픔을 뛰어넘는 희망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부모의 잘못도 본인의 잘못도 모두 덮어버리는 희망이 가득한 대답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우리를 막고 있어도 주님이 주시는 희망만 있으면 얼마든지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은 없어도 희망만 있으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