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판단을 합니다. 하루에도 수백번 이상 판단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많은 판단과 결정이 때로는 의식적이고,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만 하지 않습니다. 그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판단과 결정들이 대충 어림 짐작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이건 대충 이렇게 하는 게 맞을 것 같아”, “그전에도 같은 일을 이렇게 처리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하면 될꺼야이런 생각들이 대충 어림짐작해서 판단을 내리는 근거가 됩니다. 이런 사람의 심리를 영어 단어에서는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휴리스틱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기술인간은 기본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 뇌는 복잡한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므로 굳이 복잡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면 이전에 했던 결정을 그대로 하거나 대충 어림잡아서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상황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대표적인 휴리스틱이 4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기준점 휴리스틱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기준이나 수치에 맞추어서 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어디서 한 번 본 가격을 기준으로 비싸다 싸다를 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번째가 가용성 휴리스틱입니다. 개인적인 기억으로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제품은 모두 나쁘다고 판단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 모두가 좋다고 해도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가 대표성 휴리스틱입니다. 이것은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말하는 것입니다. 안경을 쓴 사람은 공부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큰 사람은 싱겁다고 판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가 감정 휴리스틱입니다.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정은 늘 변하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은 사실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 상황이나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면 판단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내가 변한 것은 모르고 상대방이 변했다고 불편해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영향을 끼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감정 휴리스틱입니다.

중국 고전인 한비자에 여도담군이라는 고사가 나옵니다. 위나라에 미자하라는 청년이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위중하다는 전갈을 받게 됩니다. 너무 마음이 급해진 미자하는 왕의 수레를 타고 병문안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왕의 수레를 무단으로 쓰게 되면 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그 일을 알게 된 왕은 오히려 미자하의 효성을 칭찬합니다. “발이 잘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효성스럽구나!”라고 말입니다. 그 후 왕은 신하들과 함께 과수원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미자하가 복숭아를 하나 따서 먹었는데 아주 달고 맛이 있었습니다. 그는 먹다 만 복숭아 반쪽을 왕에게 바쳤습니다. 왕은 미자하의 그런 행동도 얼마나 칭찬하는지 모릅니다. “왕을 아끼는 마음이 지극하도다. 자기가 남은 모두를 먹고 싶은 욕망도 잊은 채 과인에게 바쳤구나!”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미자하도 나이가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답고 총기가 넘치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를 자주 찾던 왕의 총애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왕에게 가벼운 죄를 저질렀습니다. 왕은 그에게 크게 화를 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놈은 이전에 허락도 받지 않고 나의 수레를 탔으며, 또 먹다가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인 일도 있었다.” 그러면서 큰 형벌을 가했습니다. 이것을 여도담군이라고 합니다. “먹다 남은 복숭아를 임금에게 먹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사실 미자하는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젊었을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입니다. 변한 것은 왕의 마음이었습니다. 미자하가 젊었을 때는 그를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자 그를 좋아하던 것이 줄어든 것입니다. 그렇게 좋았던 관계가 틈이 생겼다면 상대방이 변했다고 판단하기에 앞서 내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닌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내 마음은 상황에 따라 늘 변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