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1장은 바울이 옥중에서 성도들을 향해 쓴 편지로, 전편이 마치 하나님을 향한 찬송과 감사의 노래처럼 펼쳐집니다. 감옥이라는 현실 앞에서도 바울은 절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변함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며, 그분의 영원한 계획과 구속의 경륜을 힘있게 선포합니다. 이 장은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와 성도에게 주어진 복음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먼저 바울은 하나님께서 창세 전부터 우리를 택하셨음을 고백합니다(1:3-6).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 세상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예정하셔서, 사랑 가운데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셨다는 것입니다. 이 은혜는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기쁘신 뜻에 따른 것입니다. 그렇기에 성도는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이 우연한 존재가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영원 전부터 하나님께서 품으신 계획 속에 있으며, 그 목적은 곧 하나님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는 데 있습니다. 바울이 감옥 안에서도 “찬송하리로다”라고 외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진 구속의 은혜를 강조합니다(1:7-10).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죄 사함을 받고 속량되었습니다. 이 속량은 단순히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것은 죄의 노예로 살아가던 우리를 값 주고 사셔서, 자유케 하셨으며, 다시는 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주신 놀라운 사건입니다. 또한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분의 지혜와 총명을 주셔서, 단순히 용서받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그 뜻대로 살아가도록 인도하십니다. 무엇보다도 이 구속의 절정은 “때가 찬 경륜” 가운데 드러납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통일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 계획이며, 교회는 그 일에 동참하도록 부름받은 존재입니다.
마지막으로 바울은 성도들이 하나님의 능력을 알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1:19-23). 그 능력은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부활의 능력이며, 그분을 하늘 보좌에 앉히시고 만물 위에 뛰어나게 하신 능력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 능력이 단지 과거의 사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믿는 자들에게 동일하게 역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교회는 단순한 모임이나 종교 단체가 아니라, 머리 되신 그리스도와 실제로 연결된 생명의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그분의 몸으로서, 그리스도의 충만한 생명과 능력이 흘러나오는 자리입니다.
에베소서 1장은 결국 세 가지 큰 주제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첫째, 창세 전부터 예정된 하나님의 사랑과 선택입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었고, 그 사랑은 지금도 변함없이 우리를 붙들고 있습니다. 둘째,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이루어진 속량과 화해의 복음입니다. 이 은혜로 우리는 자유를 얻었고,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자녀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셋째, 지금도 교회 안에서 역사하는 부활의 능력입니다. 성도는 이 능력을 의지하여 고난 중에도 무너지지 않고,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드러내야 합니다.
바울은 옥중에서도 이 놀라운 은혜와 능력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우리 역시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나는 하나님의 자녀다, 나는 속량받은 자다, 나는 부활의 능력을 입은 자다”라는 믿음의 고백을 붙들어야 합니다. 세상이 분열과 혼란으로 가득할지라도, 하나님의 큰 그림은 여전히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와 성도는 그 구원의 비전 안에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존재 목적은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며, 이 땅 가운데 그리스도의 충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