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우리 교회는 창립 57년을 맞는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영상으로 만들어진 교육부 아이들의 생기 발랄한 생일 축하 인사는 모든 교우들에게 잔잔한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예배 후에 봉사부와 여러 교우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오찬을 같이 나누면서 기쁨과 즐거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저는 빌립보 교회에 대한 설교를 했습니다. 바울의 선교를 끝까지 돕고 후원했던 교회가 바로 빌립보 교회였기 때문입니다. 1세기 유럽에까지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곳곳에 세워진 것은 빌립보 교회같은 헌신적으로 섬기는 교회와 성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가 빌립보 교회같은 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본문을 택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설교 도중에 빌립보의 루디아 이야기를 하면서 성지순례를 함께 했던 한 여집사님의 간증을 했습니다. 6년 전 성지순례를 인도했을 때 우리가 주일에 나눈 사도행전 16장의 본문을 들고 루디아 설교를 빌립보 강가에서 했습니다. 그때 다른 교회를 섬기고 계시던 한 여집사님이 자기가 루디아처럼 되겠다고 특별기도를 부탁해 왔습니다. 루디아가 바울 설교에 은혜를 받고 헌신을 약속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자기도 루디아처럼 복음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자원을 한 것입니다. 저는 많은 순례자들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그 분에게 루디아처럼 되게 해달라고 안수 기도를 해드렸습니다. 그 분은 기도만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덴버로 돌아와서 빌립보 강가에서의 헌신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팬더믹 기간 중에 베네주엘라 난민들을 위해서 많은 봉사를 하셨습니다. 매년 교역자회가 주최하는 연합부흥회에도 헌신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강사 목사님을 비롯한 교역자 부부들을 모두 자기 집으로 초청해서 풍성한 식사 대접을 했습니다. 참여인원이 4-50명은 되었습니다. 내 교회 일도 아닌데 덴버 지역 사회를 위해서 섬기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성지순례때부터 알게 된 그 분에 대한 추억이 종종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다가 루디아 설교를 하면서 그 분을 다시 한 번 추억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 그 분에게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저는 깜짝 놀랬습니다. 사실 자주 전화하는 분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6년 동안 두 세번 정도 통화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6년 전에 했지 최근에는 한 번도 안부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섬기는 교회가 다르기 때문에 교제를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전화를 해서는 기도부탁을 또 하셨습니다. 자기도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어서 하던 모든 일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가서 새로운 섬김 사역을 준비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기도 하고 깊이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목사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 사모님들이 한국에는 많습니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시는 홀사모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큰 집을 사서 수양관으로 만들고 그 분들을 모셔다가 편히 쉬게 하면서 위로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서 이미 초기 자금까지 한국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분에게 6년 전 성지순례때의 빌립보 강가 루디아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이틀 전 주일 설교에 그 분 이야기를 했노라고 했습니다. 그 분은 깜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한국에 가게 되었을 때 수련회 일정이 맞으면 그 곳에 가서 사모님들에게 말씀을 전하기로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저는 칼럼을 쓰는 지금도 그 분과의 빌립보 강가 루디아 기도 추억이 생각이 납니다. 그 사건이 충동적인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그때의 다짐과 헌신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분도 기억하고 저도 기억하는 계속 이어지는 사건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사람은 추억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좋은 추억은 성숙과 성장의 밑걸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소중했던 공간과 특별했던 시간에 대한 기억은 우리에게 계속적인 동기부여를 하는 법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는 것도 좋은 추억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부자지만 추억이 많은 사람은 잘 사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현재 있는 자리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