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 시장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사실 너무도 유명한 모나리자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부르는게 값입니다. 또한 프랑스의 국보이기 때문에 절대 팔지 않습니다. 경매에서 가장 비싼 작품은 구스타프 클림프의 초상화인 ‘부채를 든 여인’이 2023년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 1억 1천 8백만 달러에 판매가 되었습니다. 한국돈으로는 1400억이 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화가들이 그린 그림 중에 최고가는 어떤 작품일까요? 박수근이라는 화가의 작품입니다. 2008년 ‘빨래터’라는 작품이 45억 2천만원에 팔렸습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평균 4-5억이 간다고 합니다. 박수근 화백의 확인된 작품 수만 300여점이 넘기때문에 가히 한국 최고의 화가라는 타이틀이 낯설지만 않는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은 특징이 아주 평범하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 풍경 그대로를 집약해 묘사했습니다. 그가 즐겨 다른 소재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도시 변두리에 사는 사람이거나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의 단골 인물은 아낙네라고 불러야 정감이 가는 변두리의 중년 여성들입니다. 6.25 전쟁 시기에 월남한 화가는 전후의 피폐한 사회를 있는 그래로 그렸습니다. 폐허의 도시는 사람들의 삶을 고달프게 했습니다. 아낙네들은 광주리를 이고 시장에 다니면서 몇푼 안되는 물건을 팔아서 생활을 꾸려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그림에는 화려한 원색이 없습니다. 무채색의 거의 흑백에 가까운 그림입니다. 춥고 굶주리는 세월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았습니다. 화가가 겪었던 경제적 궁핍은 대작품의 제작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런 결과로 박수근 화가의 작품은 대부분 소품입니다.
어리시절 박수근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 같은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바르비종 농촌 풍경을 즐겨 그린 농민화가 밀레는 그가 추구하던 작품 세계로 인도하던 정신적 스승이었습니다. 밀레의 대표작 ‘만종’은 어려운 시절 우리가 살던 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분위기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안식과 평화가 숨여 있습니다. 박수근 작품의 또 다른 소재는 나무입니다. 그것도 이파리 하나 없는 가냘픈 나무입니다. 그가 그린 나무에 푸른 잎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겨우 생존하면서 살아가는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과 똑같은 것입니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이 박수근 화가의 작품 전시회가 자주 열리고 있습니다. 중년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어린 시절의 흑백사진과 겹쳐지는 추억을 그의 작품에서 발견하곤 합니다. 소박한 사람들, 쓸쓸한 풍경들을 통해 그 당시 가난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그림 소재는 지극힌 평범함입니다. 아낙들이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고, 우물에서 물을 긷고, 아들은 골목에서 뛰어노는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광경들입니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소수의 잘난 사람들 앞에서 서면 작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잘난 사람들은 내 놓을 것이 많습니다. 돈도 재능도 실력도 뛰어납니다. 어떤 문제가 나와도 모르는 것이 없이 술술 답변을 합니다. 하지만 박수근 화가는 그런 뛰어난 비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공부도 초등학교밖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그림을 그리던 가난한 젊은 시절 물감과 캔버스를 사주면서 격려하던 미국인 군속에게 그림을 하나 그려주었습니다. 그가 그림을 받은지 50년 만에 한국에 그 그림을 들고 왔습니다. 그 작품이 바로 한국 미술 역사상 최고의 가격에 경매된 ‘빨래터’라는 작품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물감을 사주면서 격려한 사람에게 선물로 그려준 작품이 한국 미술 역사상 최고의 비범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평범함이라고 힘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함 속에는 겸손의 힘이 있습니다. 자기를 한없이 낮추며 부끄러워하는 것이 평범함 속에는 가들 들어있습니다. 비범함은 그 자체로 뛰어난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는 탁월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아는 겸손은 없습니다. 그래서 비범함은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범함은 오래갑니다. 겸손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알고 낮출줄 알기에 사람들은 결국 평범함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실 나도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이기에 평범함에 내 마음이 끌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