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사냥꾼들은 발자국을 보고 많은 것을 알아낸다고 합니다. 그 발자국이 사람인지 동물인지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금방 분간합니다. 동물 발자국만 보아도 어떤 동물인지를 아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발자국만 보고도 몸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도 압니다. 발자국을 통해서 걸음걸이가 어떤지, 몸 상태가 어떤지도 분간해 냅니다. 얼마나 빨리 뛰어갔는지도 알게 됩니다. 동물만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발자국을 남기게 됩니다. 그 발자국을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발자국들이 금방 지워진다는 것입니다. 바닷가의 모래사장을 걸어갈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바닷물이 한 번만 지나가면 발자국은 흔적도 없이 다 사라지고 맙니다. 인류 역사에는 화려한 발자국을 찍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을 세움으로 커다란 발자국을 남기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돈으로 자기 발자국을 찍습니다.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발자국을 남기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한 번의 바닷물에 지워져 버리는 발자국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하나님의 영원한 역사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합니다.
우리의 평범한 삶도 매일 발자국을 남기면서 살아갑니다. 물론 사람들은 아무 기억도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우리 자신 역시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기억들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는 인정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습니다. 애굽의 왕이었던 람세스 2세는 모든 피라미드에 자기 이름을 새겨 놓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눈여겨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징기스칸과 알렉산더 다음으로 많은 영토를 차지했던 왕이 서로마 제국의 샤를마뉴 황제입니다. 그가 죽은 지 180년 만에 그의 무덤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는 관에 누워있지 않고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자기가 평생을 앉아서 세계를 호령했던 왕좌에서 왕관을 쓰고 있는 채로 매장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너무나도 큰 발자국을 남긴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 발자국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뼈만 남은 그의 입술에 이런 글귀가 걸려져 있었습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마16:26).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도 있습니다. 진공상태인 달의 표면에 찍힌 발자국은 수백만년을 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영적인 진공상태는 무엇을 말할까요? 내가 한 일이 아닙니다. 내 능력이나 수고로 한 일은 영적인 진공상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 영원토록 남는 것입니다. 내 인생에서 하나님이 하신 일은 절대 지워지지 않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나쁜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습니다. 학교에서 불량배라고 여기는 집단에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저의 키가 아주 컸기에 쉽게 그 친구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지 않고 수십명씩 거리로 몰려 다녔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때 교회 학생 수련회에서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인생이 바뀌는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그 후로는 말씀만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문제는 불량배 친구들과 관계를 청산하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방과 후에 공부할 것이 조금 남았다고 핑게를 대면서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금방 눈치를 챘습니다. 어느 날 늦게 학교를 나서는데 그 친구들 수십명이 저를 끌고 개천가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자기들과 같이 계속 친구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오늘 이 자리에서 죽도록 맞고 관계를 끝낼 것인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두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도록 친구들에게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무섭거나 두렵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없이 기뻤습니다. 제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들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수님을 믿는 대가를 이렇게 치렀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다른 친구들을 전도할 때 그 불량배 친구들이 저를 도와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야, 너 병일이 따라 교회 나가! 병일이 진짜 교인이야!” 제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깊은 발자국을 찍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통해 하신 일이었습니다.